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집에 오는 길에, 우리 오늘 나가서 먹을까 하고 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런 때에 절대 싫다고 하는 일이 없지요. 우리는 오래 전부터 벼르던 살리바(Saliba)라는 함부르그에서 유명한 시리아식 레스토랑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중동 음식을 특별히 좋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 미리암한테서 자기가 아주 좋아 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 했습니다. 좀 늦어서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음식을 보자마자 달려들 자세였는데 우리를 티룸(tea room) 같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환영 하는 의미에서 여기서 차를 서브 합니다” 말 안해도 성급함을 보였는지 웨이터가 말 했습니다. 다른데 가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뉴욕에서 얼마나 성미 급한 사람이 되었는가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참! 그때사 중동에서는 호텔, 상점, 심지어는 숙 (시장) 에서도 좀 얘기를 하다 보면 인사로 차를 서브하는 풍습이 생각났습니다. 내부 전체의 바닥은 옥색과 벽돌 색으로 무늬를 만들어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타일을 깔아 놓았더군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별로 함께 쓰는 색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중동의 색이구나’. 반면에 벽은 흰색을 칠하고 거의 장식이 없고 다이닝룸의 벽에만 약간 그림이 그려 있었습니다. 손님은 거의가 다 중동 사람이었습니다.
“본토 음식인 모양이군” 제대로 만드는 음식을 먹을 것 같았습니다.
적은 유리잔에 서브된 따끈한 차에는 박하 잎이 들어 있었습니다. 단 맛이 있는듯 없는 듯한 차에는 박하의 향기가 적당히 진했습니다. 야 오늘 저녁은 잘 먹겠구나! 차에 그만한 정성을 들인 것을 보면 음식 준비가 어떨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참 이상 하지요.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음식에 정성이 들었는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지요. 흰색 테이블보가 덮혀 있는 식탁 위에는 모두 짙고 옅은 붉은 장미 꽃잎이 흐트러져 있어서 눈을 끌었습니다. 메뉴를 보니 우리가 생각 했던 것보다 비싸서 놀랬고 이거 오늘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 했습니다.
보통 프랑스 요리를 제외하고 그 외의 타국 음식은 이곳 음식에 비해서 싸거든요. 2인분이 나오는 전채 요리로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을 고르고 중동 사람들은 양고기를 잘 만들기 때문에 요구르트 쏘스가 곁들이는 양고기를 시켰습니다. 향이 짙은 음식엔 포도주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맥주를 마시기로 하였습니다. 마실 것을 시키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우리가 시킨 음식은 나올 생각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멀리서 건네다 보는 웨이터 (물론 남자. 중동에서는 여자는 거의 외부에서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요) 에게 손짓으로 우리 음식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시늉을 하였더니 부엌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조금 있더니 한 입에 없어질 아주 자그마한 밀전병에 브라운 색이 나는 쏘스를 발라 구운 것을 갖다 주었습니다.
드디어 반시간 쯤 되었을까요, 우리 앞에 적고 직사각형 모양의 흰 그릇에다가 둘이서 한 입씩 먹을 만큼의 소량을 담아 내놓았습니다. 그릇을 붙여서 전체가 마름모 모양이 되게 놓았습니다. 가지 수가 많아 세어 보았더니 15가지 였습니다. 거기엔 제가 아는 타불리 (불구어라는 곡물과 파슬리로 만든것), 후무스 (칙피라는 콩 종류의 열매와 깨 쏘스로 만들어 걸죽한 반죽 같은 것), 팔라펠 (칙피를 갈아 양념하여 튀긴 것), 구운 노랑 피망 이외엔 다 처음 보는 음식 이었습니다. 납작한 빵인 피타 브레드엔 후무스를 찍어 먹었습니다.
너무 비싸다 생각 한 것은 큰 잘못 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같이 정성을 들인 음식을 공으로 먹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 집에서는 향이 짙어서 비유에 안맞는 것은 생각 할 필요도 없었고 간까지 꼬옥 맞았습니다. 우리는 하나하나 살펴가며 즐겁게 그릇을 비워 갔습니다.
그 뒤로 요구르트 쏘스로 접시 가운데를 덥고 지진 양고기 휠레 (안심)가 엇갈리게 놓여나왔습니다. 모양을 생각해서 놓은 그 것은 서양의 구미에 맞게 한 것 이었습니다. 양은 소에 비해 훨씬 적으니 휠레도 훨씬 적은 게 당연 하지요. 연한 휠레를 썰어 고소한 쏘스에 찍어 먹었습니다. 밥은 두 가지가 나왔는데, 하나는 코코넛 양념을 하였고 또 하나는 호두를 넣고 살짝 볶아 고소한데다가 생 석류알이 뿌려져 나왔습니다. 제가 그 나라 음식을 몰라도 그 레스토랑의 음식은 그야말로 일류 음식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 중동 여행 다니면서 이런 음식 먹어 봤어?”
우리가 만났을 때 무역을 하느라 중동을 많이 다닌 기억이 있어 물었습니다.
“구경도 못 했어.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맛’이라는 것은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 때는 뭐, 먹으면 몇 시간 후에 나가 버릴 것, 속만 채우는 것이었으니까”.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픽 웃었습니다. 시리아에 가도 그렇게 고급 음식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저도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음식 이후에는 고가의 오더비 (Eau de Vie- 생명수라는 뜻. 과일로 만드는 식후에 마시는 술. 색이 없고 달지 않음)나 또 다른 식후에 마시는 술도 필요 없
고 은은한 박하의 향기가 스치는 차 한잔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김영자의 블로그: www.yongjakim.blo gs po t.com <계속>
식당이 유명한데는 그 이유가 있다. 전망이 기가 막히다거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 아무리 비싸도 아깝지 않다든가 하는 그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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