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유방암 이긴 캐서린 김씨
10월은 ‘유방암 인식의 달’(Breast Cancer Awareness Month)이다. 지난 26일에는 백악관 북쪽 현관에도 유방암 예방을 의미하는 분홍색 대형 리본이 내걸렸다. 그러나 1년 365일 가슴에 분홍 리본을 달고 다니는 여성이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유방암 생존자’라 부른다. 한인 캐서린 김(46)씨다. 유방암을 극복하고 치유의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방암 완치 후 한인환자 지원 그룹 ‘샤인’ 결성
“포기하지 말라” 상담·위로·자료 제공 등 열성
절망에 빠진 환자 용기 북돋울 투병기도 곧 출간
캐서린 김씨는 6년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마흔 살 생일 선물로 남편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진단을 하다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고 했다. 두 개의 작은 멍울이 만져졌다. 6개월전 방사선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는데 말이다.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가족 중 아무도 유방암 병력이 없었다. 의사인 남편은 “당신에게 왜…” 라며 눈물을 떨궜다. 암은 그렇게 누구에게, 언제라도,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었다. 여성 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은 8명 중 1명 꼴로 발병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씩씩한 환자였다. 동네, 병원, 협회 등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 다녔다. 두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 쉽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주변의 사랑과 도움 속에서 이겨낼 수 있었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한인 커뮤니티를 돌아봤다. 조기진단 자료나 암환자 지원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했다.
고통은 겪어본 만큼만 안다. “유방암 입니다”라는 한 마디에 하늘이 무너진 사람들,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일은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한인 유방암 환자지원 그룹인 ‘샤인’은 만들었다. UCLA에서 영문학 박사과정 중이었고 법정통역사로 활동했으니 이중언어 사용엔 어려움이 없다. 영어로 된 각종 유방암 관련 자료를 ‘샤인’을 통해 나눴고, 처음 만나면 눈물부터 뚝뚝 흘리던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 3년 새 60여명의 한인 환자들이 ‘샤인’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과 문학을 전공한 김씨에게 ‘샤인’의 회원들은 ‘책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한국문화에서는 여러 가지 선입견 때문에 유방암 환자였음을 고백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그 누구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본래 더 일찍 준비하고 있었던 투병 회고록이었지만 시기를 조금 늦췄다. 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인 아내인 엘리자베스가 유방암 발병 2년후 회고록을 출간, 많은 환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었지만 6개월 뒤 재발돼 완치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아 수많은 환자들이 좌절했던 상황을 봤기 때문이었다. 글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젠 6년이 지났다. 보통은 수술 후 5년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가족들 역시 투병기 출간에 큰 지지를 보내며 힘이 돼 줬다. 투병 회고록은 몇 달 전 탈고를 마치고 현재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캐서린 김씨는 주변에서 누군가 암에 걸렸다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불쌍해서 어쩌니’ ‘△△△를 많이 먹어라’ ‘이건 먹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미국인은 ‘필요한 게 뭐니?’ ‘어떻게 도와줄까?’하고 묻는단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돕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진정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은 무엇인지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게 김 씨의 말이다.
“미국인 엄마들은 전화해서 애들의 학교생활도 전해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카드도 많이 보내줘요. 케이크이나 음악CD를 선물로 주기도 하고요”
김 씨는 이제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됐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면 내가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씨는 “샤인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유방암 관련 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며 “유방암 예방엔 모두가 더 큰 관심을 갖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323)229-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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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암협회 한국어 서비스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는 암 환자들을 위한 한국어 통역 서비스 라인을 갖추고 의학적, 사회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환자들을 위해 정기 모임을 안내하며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교통편을 제공받을 수 있다. ‘룩 굿 필 베터’(Look Good Feel Better) 프로그램에서는 유명 화장품 세트를 무료로 증정하며, 여성 암 환자들에게는 가발이나 모자도 지급한다.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위한 보조 속옷도 준비돼 있다. 미국 암협회 전화서비스는 24시간 무료로 운영되며, 영어로 안내가 나와도 1번을 누른 뒤 ‘코리안’이라고 말하면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800)227-2345
<김동희 기자>
유방암을 극복하고 유방암 예방 및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캐서린 김씨가 자택에서 밝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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