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의 참정권 허용에 따라 한국 국내정치에 대한 해외동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일부 한인 단체장들이나 정치 지향적인 인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부쩍 서울 나들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유학생과 지사, 상사요원, 그리고 해외공관원등의 일시 체류자들은 한국 국민과 똑 같이 납세,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한국의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늦었지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 국적은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 땅에 살기를 작정하고 어렵게 영주권을 얻어낸 사람들이 세금도 이 땅에 내고 갖은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으면서 유독 참정권만은 떠나온 나라에 요구하는 것은 명분이 약할 뿐 더러 이로 인한 지나친 한국정치에의 지향은 장차 동포사회에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여론이 상당히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을 보여 온 일부 영주권자들의 끈질긴 요구와 이를 기화로 해외 동포사회에 관여를 하며 그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한국 정치권의 욕심이 맞아 떨어지면서 이미 그 시행규칙인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법안’마저 국회를 통과했고 일부 정당에서는 이곳에 사실상 정당의 지부 같은 조직도 만들어 선거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한민족에 남다른 귀소본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에 살고 있으면서 떠나온 조국의 일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국이 이웃 나라의 침략을 받았을 때나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이 독재정치를 하며 탄압하고 있을 때 이를 모른척하는 것은 조국과 선조들 앞에 엄청난 죄과를 저지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미주 동포들은 자랑스런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의 강점기에 하와이와 남가주를 중심으로 많은 선현들이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유신시대와 전두환 군부시절에는 미국과 온 세계에 그 독재의 참상을 알리면서 가열차게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선배들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정치에 관한한 그것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가 맞는 것은 지금 참정권의 실시가 얼핏 보면 해외동포의 권익향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실은 국내 정치세력들에 이용만 당하거나 아니면 한국 국내 정치에 진출하려는 인사들의 들러리나 서주게 되고 상대적으로 우리 동포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더 오염되고 분열 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한국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국으로 떠나라는 말들을 한다. 비례대표제가 있다고 하지만 거기에 기웃거린다는 것은 여간 비루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도 안 한 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국회의원이 돼 ‘동포사회의 권익 향상’ 운운하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다.
지난 세월동안 한국의 정치인들이 올적 마다 반갑게 마지하며 한국정부에 동포 사회의 무슨 민원을 전달한다느니 하며 시간과 돈을 없애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한국의 국회의원은 한국의 국회의원일뿐 해외동포 사회와의 관계에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을 이제쯤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어차피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동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3자의 객관적 입장에 서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장차 통일 한국을 이끌어 갈 건강한 국내 평화세력의 통합과 육성에 나서는 일이다.
그것은 어쩌면 지난여름 불과 석 달 사이로 세상을 떠난 두 전직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는 일일 수도 있어 보인다. 이번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로 발족하게 된다는 ‘민주개혁 연대’의 시민운동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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