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아름다워서 일까! 브람스의 사랑 이야기는 지금도 전설이 되어 음악에 실려온다. 그의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나 보다.
그는 스무 살에 스승 슈만을 만난다. 슈만은 이미 유럽음악계에 작곡자로 음악학자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고 그의 부인 클라라 슈만 또한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들은 브람스를 처음 만나, 그의 음악성에 깊은 감명을 받고 스승으로뿐만 아니라 후견인으로 자처하기에 이른다. 그런 슈만 부부의 도움으로 브람스는 음악계에서 작곡자로서의 입지를 넓혀가지만 브람스는 그때 아무도 모르게 마음을 앓는다. 스승의 부인, 클라라 슈만을 향한 사랑이 싹트기 시
작했던 것이다.
도덕적이고 보수적인 브람스는 스승에 대한 신의와 의리를 저버릴 사람이 아니기에 사랑은 더욱 안타깝고 슬프기만 하다. 슈만은 젊은 나이에 정신병으로 일찍 세상을 저버리지만 그래도 브람스와 클라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스승과 그의 아내를 향한 예의와 신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후 브람스는 40년 가까이 슈만의 자녀와 클라라를 보살피며 독신으로 지낸다. 수많은 편지를 교환하고, 브람스는 많은 곡을 그녀에게 헌정하지만 그저 아름다운 우정으로만 지속될 뿐이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그 이듬해 브람스도 64세에 암으로 그녀의 뒤를 따른다. 브람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들어내지 않고 안으로 모든 것을 간직하는 사람, 그리고 답답하리만치 보수적인 그런 사람. 그의 교향곡 1번을 20년이 걸려서 쓴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그의 음악적 지향점도 역시 그렇다. 브람스가 살 당시 음악의 유행은 베토벤이 클래식 음악의 모든 것을 완성했으므로 우리는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하여 음악극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브람스는 신고전주의를 주장하며 고전음악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그는 순수음악만을 고집하였고 그 중에서도 부제가 없는 절대음악만을 작곡하였다. 그의 음악을 사람들은 한마디로 그을린 은이라고 표현한다. 그 말의 뜻처럼 그의 음악은 화려하고, 빛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하고 어둡다. 악기의 선택도 고음이 화려한 플릇, 오보, 바이올린 같은 악기보다는 무겁고 차분한 클라리넷이나, 혼, 첼로 같은 중음의 악기들에게 중요한 선율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차분히 듣고 있으면 그을린 은 속에 빛나는 정열의 금이, 불타는 사랑이 감추어져 있다. 나는 그의 20년이 걸려서 완성한 교향곡 1번을 다시 들으며 질문을 해본
다. 평생 스승의 아내를 사랑한 그는 행복했을까? 4악장을 다들을 때쯤 나는 미소와 함께 그 해답을 찾았다. 15일 열리는 백건우 콘서트에서 브람스의 낭만적인 곡들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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