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밤 샌프란시스코 가부끼 호텔에서 북가주 지역 동포사회의 문학 향연이 있었다. 정청광 시인이 여름에 펴낸 <히로시마 콤플렉스> 출판기념회에 2백여명의 문인 언론인과 단체장들이 모인 잔치였다.
충남 영동에서 태어나 문학소년으로 자란 정 시인은 1975년에 이민온 뒤 한때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험난했던 민족의 역사를 통찰하는 시작과 함께 문학이론 정립에 헌신했으며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전쟁과 혁명의 20세기를 ‘광란의 시대’로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6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과학의 발달로 생산된 대량살상 무기 등으로 살해 당하거나 부상당했기 때문이다.
정시인이 <히로시마 콤플렉스> 제1권 서사시 서설에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죄인으로 묶여있던 동굴을 벗어나 태양아래 좋아하는 이데아를 보기 위해 밤하늘의 별을 보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라고 쓰고 있듯이 우리 모두가 서야 할 자리는 세계시민이 아닐 수 없다.
이민의 나라인 미국에 건너와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주 한국전통과 아메리칸 드림의 만남과 조화 속에서 순례자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또는 동양과 서양의 창조적인 문화 변용을 새로운 생활질서라고 주장한다. 한인교회에서 말하는 이민 신학의 모델이 아닌가?
그런데 정시인은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며 보편적인 시를 쓰려고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와 민족은 넘어서 모든 인류를 한 형제로 사랑하는 평화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를 철저하게 등지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결단을 그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어로 시를 쓰기 때문에 한국어가 지니고 있는 비 논리적이고 비 윤리적인 면을 경계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서사시를 선택하고 있다. ‘반도’ ‘부르고 싶은 한강의 노래’ ‘가주가야’ ‘신정감록’ ‘배는 떠나고’ 등 그의 시세계는 서사시가 대표작이다.
물론 정시인은 <히로시마 콤플렉스> 제2권에 그의 산문시를 소개하고 있다. ‘금문교 별곡’ ‘소노마 정담’ ‘그랜드 캐년’ ‘9.11 공화국’ 등이다. 이들 시에서 정시인은 인류가 지구의 주인으로 다시 태어나 평화를 달성하려면 문명의 독성(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스라엘을 저주하는 선지자 모세를 추종하지 말고 화해의 손을 내밀어 사랑과 평화를 나누매 건설하자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그가 자연이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인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정 시인은 한편으로는 이처럼 많은 서사시와 산문시를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의 윤리성과 시조의 수사적 기능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그는 또 역사의 새로운 개념과 법칙 그리고 한국어를 세계 동포를 포용하는 언어로 창조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24세 때 그가 쓴 유교의 이기적 세계관에 관한 논문을 비롯해서 역사와 철학 그리고 그 위에서는 시학에 관한 길이 있는 논문으로 <히로시마 콤플렉스> 제3권은 채우고 있다. 그는 신탁을 받은 예언자의 기상으로 우리 시대의 영혼을 노래하고 있다.
1945년 8월에 태평양 전쟁을 도발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손을 들게 만든 세계 최초의 원자탄이 히로시마의 나가사끼에 투하됨으로써 최후의 한 사람까지 결전을 호언하던 그들을 앞당겨 패배시킨 것이다. 그 무렵이 세상에서 한국인만큼 저들의 항복은 기뻐했던 민족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에 와서 생각해보면 미국 지도자들의 히로시마 원자탄 투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란 면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원자탄과 같은 대량학살 무기는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도 가장 큰 위협이 되어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곧 그것이다. 우리 민족을 비롯해 모든 이류는 핵무기 없는 평화의 세계를 희망하고 있다. 정 시인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안고 지난 40년간 고민하면서 시와 시학논문을 써온 결과를 이번에 세권의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동포들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필자=목사. 이민사회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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