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KC 로열스 에이스
그렌키 AL 사이영상 수상
잭 그렌키(26·캔사스시티 로열스)가 올해 고작 65승(97패)을 건진 ‘꼴찌팀’에서 16승(8패)을 올린 공을 인정받아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 투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유명세’를 치러야 한다면 별로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성적인 그렌키는 17일 집으로 걸려온 통보 전화도 모르는 번호라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보이스메일로 넘어가는 메시지가 AL 사이영 상 수상자가 됐다는 내용이었다고. 그렌키는 이에 대해 “고향(플로리다주) 올랜도에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좋았는데 사이영 상 수상으로 인해 갑자기 유명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경기장 밖에서는 조용히 살고 싶다”며 “그런 면에서는 내게는 부정적인 일이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렌키는 200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으로 지명될 때부터 스타덤이 예고됐던 우완투수다. 하지만 2005년 시즌 AL 최다 17패(5승)의 수모를 당한 뒤 ‘대인기피증’(social anxiety disorder)이란 진단을 받은 결과 2006년에는 6주 동안 야구계를 떠나기도 했다. 야구공을 놓을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상대팀 투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그 무엇인가를 터득하고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렌키는 조언을 해준 그 상대 투수들이 누군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렌키는 올해 신들린 2.16 방어율(메이저리그 전체 1위)로 16승8패를 기록, 미 야구기자단의 투표에서 1위표 28장 중 25표에 2위표 3장을 받고 시애틀 매너리스의 에이스 필릭스 허난데스를 가볍게 제쳤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베네수엘라가 ‘결승전용’으로 아끼면서 한국전에 내보내지 않았던 허난데스는 이번 시즌 그렌키보다 많은 19승(5패)을 올렸지만 85승77패를 기록한 팀에서 뛰었고 방어율도 2.49로 그렌키보다는 높다는 이유로 2위로 밀렸다. 1위표 두 장에 2위표 30장을 받은 허난데스는 “나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그렌키가 타야하는 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더 잘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보통 잘 해서는 모자란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렌키가 올해 훨씬 어려운 여건 속에 뛴 것은 사실이다. 타선이 지원이 합계 21점에 그쳐 8패를 당했고, 또 다른 9개 경기서도 타선이 고작 21점을 내줘 승패와 관련 없이 빈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단 한 점도 안 내주거나 1점만 내주고도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쓴 경기가 무려 6차례나 됐다.
사이영상 수상자가 이보다 더 전적이 나쁜 팀에서 나온 것은 1972년 59승97패로 죽을 쑨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1.97 방어율로 27승10패의 기염을 토한 명예의 전당 회원 왼손투수 스티브 칼튼밖에 없다.
그렌키는 시즌 방어율도 페드로 마티네스가 1.74를 기록한 2000년 이후 가장 낮고 탈삼진도 242개로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스·사이영 상 투표 3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홈런을 1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고 그 중 9개는 솔로, 2개는 투런 홈런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량실점을 안 하는 투수로 이 같은 ‘짠물피칭’ 내용은 3년 전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수상자 브랜든 웹(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밖에 없다.
한편 작년 겨울 4년간 3,8000만달러 계약 연장에 합의한 그렌키는 사이영상 보너스로 10만달러를 받는다.
<이규태 기자>
잭 그렌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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