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의 2박 3일은 너무나 짧은 머물음이 었지만, 내 고향 통영은, 친정 나들이 왔다 떠나 가는 딸네에게 보따리 보따리 싸서 보내듯, 나에게 많은 보람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다시 서울의 나날이 시작 되었다.
애초에 내가 미국을 떠날 때, 모처럼 계획했던 대관령의 단풍 구경과 충주대학에서의 문학강의 이외에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체류계획을 잡고 왔었지만, 대관령 단풍구경은 빨리 불어 닥친 한파로 무산 되었고, 충주대학에서의 문학강의 또한 학기말 시험으로 취소 되고 말았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만남의 나날은 애초의 예상을 뒤업고 연속으로 이루어 졌다.
특히 내가 한국에 올때 예상치도 안했던 나의 작품을 공연했던 두 극단 단장과의 만남 바로 그것이었다. 내 작품 ‘나무꾼과 선녀’ 를 공연한 극단 <초인>의 박정의 단장과의 만남에 이어 ‘콩쥐팥쥐’ ‘신델레라’ ‘개미와 베짱이’ ‘알라딘과 40인의 도적’ ‘흥부와 놀부’ 그리고 내가 50년 전에 발표했던 강원도 산골 마을을 소재로 한 생활극 ‘오르간’ 등 수 많은 작품을 공연한 소극장 <마당>의 조승현 단장과의 만남! 나는 그들의 활동을 통하여 마치 내가 60년대 초에서 70년 중반까지, 이민을 떠나기 이전의 나의 활동을 되세겨 보게 하였다.
이 밖에도 전주의 모 여중에서 내가 극본화 한 명작동화 ‘프레멘의 음악대’ 그리고 중앙대학 부속초등학교에서 공연한 ‘풀잎각시’ 등 많은 작품이 공연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한푼의 상연료도 받지 않았고 또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대신 그들이 나에게 전해 준 무대장면 사진과 Vido Tape 만으로 나는 만족했으며, 한편으로는 나의 작가로서의 생명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고 유지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흡족함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오랫 동안 미루어 오든 저작권협회 가입을 위해 협회사무실을 찾아 갔을때, 손정달 사무국장이 나에게 말했다. 만일에 선생님의 많은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던 그 당시와 선생님의 동극 극본집이 많이 팔려 나갔던 그 시절에 우리 나라에서 저작권법이 통과 되었더라면, 선생님 앞으로 엄청난 상연료와 저작료가 입금 되었을 텐데 라고 하면서 아쉬움의 말을 전해 주기도 했다.
내가 서울 체류기간 동안 숱한 만남의 축복 가운데서도 내 머리 속에 오래 남을 만남은 바로 나의 후배 동극작가인 곽영석군이 주선한 인천 가까이의 지하철 4호선 종점인 오이도 바닷가에서의 살아 펄펄 뛰는 참치회 파티인 것이다.
나의 후배 문인들 6명이 나를 환영하는 뜻에서 마련한 이 날의 모임은 마치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 경험했던 ‘소풍놀이’ 바로 그런 분위기였다. 우리들은 타임미싱을 옛날로 돌려 놓은 듯한 시공을 초월한 그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또 하나의 만남은 그가 언제나 되풀이 하여 뇌이듯, 피난시절 목포중학 2학년 때, 나의 작품 ‘역마을 소년’의 주인공인 동욱 역을 맡은게 계기가 되어 오늘날 배우가 되었다는 임동진 목사가 개척한 용인시에 위치한 그의 교회에서의 예배 참석이다.
그런데 그는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국내 여러 교회에서의 초청설교를 뿌리치지 못해 과로한데다, 그가 고은아씨와 주마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새롭게 하소서’ 등의 빠듯한 일정소화와 그가 지니고 있는 지병 때문에, 많은 양의 약을 입에 틀어 넣어면서 선생님 앞에서 이렇게 한 오큼의 약을 털어 넣는 꼴을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 라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거저 안탑깝기만 했다.
40일에서 사흘이 모자라는 나의 한국 나들이의 일정은 눈 깜박할 사이 만큼, 짧게 느껴지기만 했다. 나는 미국으로 돌아 가기 위해 인천공항의 15번 출국 gate로 걸어 가고 있었다. 세계 어느 공항에 비해 아름답고 밝다는 정평이 나 있는 출국장 길 옆에 늘어 선 각종 면세점들이 북구(북쪽 구라파)의 백야(白夜)처럼 밝고 아름답다! 그래서 내가 입국할 때 나를 후뭇하게 해 주었던 입국 심사대까지의 길옆에 영상화 된 대형 전광판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고국을 다녀 가는 나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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