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 축제 중 하나인 2009 LA 오토쇼가 지난 주말 폐막했다.
자동차 시장의 기록적인 불황이 시작됐던 지난해 LA 오토쇼는 초라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공개돼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듬 해 LA 오토쇼에서 예전의 화려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 했지만 이러한 기대는 또 다시 내년으로 미뤄야 하게 되었다.
올해 오토쇼에 참가한 업체들은 ‘전의’를 상실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자동차 회사들은 오토쇼 등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무대 장치를 A, B, C급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LA 오토쇼는 A급 행사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A급 세트를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서 A급 무대를 설치한 업체는 현대자동차와 아우디가 유일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A급 무대의 경우 아무래도 설치비가 하위 세트에 비해 많이 든다”며 “벤츠, BMW 등 럭서리 브랜드도 올해 오토쇼에는 B급 혹은 C급 세트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발표도 지난해에 비해서조차 크게 줄어 든 모습이다. 이번 오토쇼에서 새롭게 공개된 모델은 불과 10여 종이었다. 100여대에 가까운 신차가 공개되고 하루 종일 진행되던 각 회사의 미디어 공개행사를 기억해보면 정말 자동차 시장의 불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 회사들의 성의 없는 참여는 곧바로 관람객 감소로 이어졌다. 주최 측은 정가 12달러인 입장권을 10달러에 인하해 판매했지만 LA컨벤션센터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늘지 않았다. 화려한 조명아래 전시된 수많은 신차들을 기대하던 시민들에게 초라한 쇼로 전락해 버린 LA 오토쇼는 ‘돈 내고’ 구경할 가치가 없어진 듯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회사 중 드물게 신차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와 투싼을, 기아차는 쏘렌토를 소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화려한 미디어 행사는 아예 조명까지 꺼버린 타 브랜드의 무대와 대비되며 더욱 빛이 났다.
하지만 이 빛 역시 많은 관람객들이 찾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현대차 미디어 행사를 지켜본 한 관람객은 “현대가 아무도 보지 않는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18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시작으로 200여 년간 자동차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모터쇼는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를 발표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홍보의 장이자 자동차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축제다.
LA 오토쇼는 올해로 104회를 맞이한 가장 유서 깊은 자동차 축제 중 하나다. 2010년에는 자동차 시장에 훈풍이 불어 LA 오토쇼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다시 자동차 팬들의 사랑을 받는 행사로 부활하길 기대해 본다.
심민규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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