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아들 딸들이 둥지를 떠나는 바람에 그들의 차를 정비해주는 짐을 덜었다. 둘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얼굴 보기도 힘들다. “친구를 만나야한다.”든지 “어디 가야한다”등의 이야기를 둘러대며 자신들의 삶을 살겠다고하니, 장 명수 한국일보 고문의 칼럼 중 “아들은 희미해가는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말을 떠올린다. 결혼을 했으니, 정말 아들을 빼았겼나?
지난 달, 아들이 이발관에서 머리깎고 있는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다. “이발관에 있는데 급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을하며 전화를 끊을 것같지않았다. 사연인즉 차 사고가 났는데 자신이 뒤에서 앞차를 박았다고했다. 자녀들이 집을 떠나 신경쓸 일들이 줄어서, 가족들의 차 정비에는 신경을 안쓰고 이 칼럼에 매달렸던 일을 문득 떠올린다. 브레이크가 문제가 있는 듯했다. 운전은 할 수 있다는 말에, 내일 보험회사에 연락해라고 전하고는 이발을 끝냈다.
그런데 무엇이 급한지, 다음날 보험 회사에 연락을 한 후, 한 바디 샾에 수리를 맡겼다고 했다. 속전속결의 젊은이를 보니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의 흰머리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체 수리는 끝났어도 브레이크 오일을 (break fluid) 완전히 바꿔야할 것 같았다. 차를 가지고 집으로 오라고했더니, 무슨 파티에 가야한단다. 그러면, 머케닉에게 가서 바꾸라며 120불 정도 들거라고 했더니 다음주 토요일날 오겠다고 했다.
차를 봤더니, 브레이크 패드중 하나가 닳았었다. 엔진 오일은 언제 바꿨는지 기록도 없을 뿐아니라 반 정도 있는 것 같았다. 하여튼 이것저것 바꿀 게 많았다. 추운 날씨에 머리가 흰 아버지를 자기 돈 아끼려고 부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가 해주는 정비가 더 믿을만하다는 것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손톱 사이사이가 기름으로 새까맣게 되면서도, 아무 말한마디 못하고 그저 아들의 안전을 위해 하나하나 살펴나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사랑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결단을 요구하며 희생을 요구한다는데, 그저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일이 오히려 즐거운 것을 보면 자식 사랑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하나님도 우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우리 마음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계신다. 그러다가 우리가 인생길에서 넘어지기라고 한다면, 어떻게든 도우려고 하신다. 훈련을 시켜서 도와줄 일이면 그렇게도 하신다. 우리들을 향한 사랑 탓에, 희생을 작정하시고, 오늘 크리스마스 날 탄생하셨다.
그러므로, 추운 날씨에 굽어진 우리네 마음을 펴시려고 겨울을 택하신 모양이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겨울이 오기 전에 너는 어서 오라 (디모데 후서 4:21)”했다. 겨울이면, 기후로 인해 도로가 막히는 등 많은 장애가 생긴다. 그 장애도 하나님의 사랑을 막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겨울을 택하신 모양이다.
하나님은 또한 섬세하시다. 성경 강해, 신학 강의 등에서는 대수롭게 다뤄지는 부분이 있는데, 사도행전 16장의 바울이 꾼 굼 이야기이다. 밤에 환상으로 마게도냐 남자가 “와서 도우라”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가보니 루디아라는 여자 였다. 독신 남자인 바울에게 여자가 꿈에 나타났다면, 그는 마게도냐로 갔을까?
이 섬세하신 하나님이 피조물들을 사랑하는 결단을 하시고 희생을 위해 추운 날씨에 인간으로 오셨다. 이제 그분을 따르겠다는 많은 제자 훈련을 받은 사람들, 신문의 임직식 광고에 나오는 많은 제직 여러분들도 머리로 되는 제자가 아닌, 마음으로 추운 날씨라도 녹이는 결단과 희생을 이 사랑의 계절에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결코 자기 희생이 없이는 사랑이 완성되지 않는다. 남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자기가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다.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사랑이 싹틀 수 없다. 이것을 그리스도는 솔선수범하셨음을 크리스마스날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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