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 푸드뱅크연합회, 농장들과 연계해 야채·과일 공급
스티브 샤프가 늦가을 햇살 아래 4피트 높이로 쌓인 옥수수 더미를 살피고 있다. 옥수수 한 개를 꺼내 들어 껍질을 벗겨 본다. 이곳은 임페리얼 밸리의 작은 농업마을인 홀트빌. 샤프는 옥수수를 살펴 본 후 “아무런 이상이 없군”이라고 말한다. 그는 두 개를 더 벗겨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한다. 옥수수는 이제 알갱이가 마르기 시작한 상태이다. 옥수수를 재배하는 루디 샤피너는 먹을 수 있는 상태지만 너무 작고 몸체에 빈 곳이 생긴 옥수수들은 소의 먹이나 퇴비용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캘리포니아 푸드뱅크들과 이들이 먹을 것을 제공하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이것을 공급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깡통 포장식품 위주서 탈피
올 한해 8,700만파운드 확보
샤프는 ‘농장에서 가정으로’(Farm to Family)이라는 프로그램의 야채 확보를 전담하는 3명의 직원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주 곳곳의 농부들을 찾아다니며 식품 공급소와 무료 식사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과일과 야채를 확보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영양상태 개선이 필요한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드뱅크들은 그로서리 스토어들에서 물품을 공급받았다. 고객들에게 팔 수 없는 ‘흠집’이 난 제품들이다. 여기에다 식품업계의 도네이션(대부분이 깡통과 포장식품들)과 정부의 잉여물품들이 제공됐다.
그러나 지금은 수퍼마켓들이 고객 클럽카드 같은 혁신에 의해 어떤 제품이 팔릴지 예측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그래서 남는 식품들이 줄어들었다. 또 해외의 2차 시장이 형성되고 달러 스토어들이 과거 같으면 푸드뱅크로 갔을 물품들을 소비해 줌에 따라 푸드뱅크 제공 물품은 더욱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나온 적절한 영양 권고안에 따른 푸드뱅크의 변화와 때를 같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푸드뱅크연합회의 수 지글러 사무국장은 “오랜 기간 푸드뱅크의 입장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칼로리를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건강한 식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프로그램인 ‘농장에서 가정으로’는 올해 주 내 44개 푸드뱅크를 위해 총 8,700만파운드의 계절 야채와 과일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농장주들이 기부한 것이고 나머지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들이다.
LA 푸드뱅크를 이끌고 있는 론 클락은 “10년 전만 해도 푸드뱅크는 수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수퍼마켓이 거부한 포장식품이나 실패한 새 상품을 그냥 받는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LA 푸드뱅크의 식품 가운데 20%가 야채와 과일이다. 단일 카테고리로는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농부들은 오래 전부터 지역 푸드뱅크에 식품을 기부하거나 사람들이 땅에 남은 야채와 과일을 수확해 가도록 허용해 왔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푸드뱅크연합회는 2005년 야채와 과일 확보를 위한 첫 전담직원을 고용했다. 이 직원은 그해 1,000만파운드의 식품을 확보했다. 2008년에는 3명의 직원이 6,400만파운드를 확보했으며 내년 1월부터 1명이 더 일한다.
임페리얼 밸리에서 수대 째 농사를 지어 온 가문 출신의 샤프는 임페리얼 밸리와 코아첼라 밸리의 농부들을 찾아다니며 팔 수 없는 농산물을 구입한다. 이들에게는 명목상의 적은 돈이 지급될 뿐이다. 샤프는 “약 2주 전 한 트럭분의 참외와 한 트럭분의 허니듀가 있다는 농부의 전화를 받았다. 가서 검사해 보니 품질이 괜찮았다. 너무 작아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런 크기의 멜론은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농부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사이즈나 모양을 갖추지 못한 작물들을 가지고 있다. 혹은 쌓아 두기 힘들 정도로 대풍인 경우도 있다. 동북부 폭설로 주문이 줄면서 팔리지 않은 야채와 과일이 생길 수도 있다. 샤프는 “우리는 이들의 손실을 줄여주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샤프는 옥수수를 재배하는 샤피너나 잭 베시 같은 사람들을 방문한다. 베시는 멕시코 북부의 1만에이커를 넘는 땅에서 4대째 양배추와 다른 그린 작물을 재배해 오고 있다. 올해 34세인 베시는 수년간 인근 엘센트로의 푸드뱅크에 기부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샤프는 비록 대폭 할인된 가격을 지불하긴 하지만 고객이다. 베시는 “이것은 윈-윈 상황이다. 우리는 도울 수 있어 기쁘다. 커뮤니티에 되돌려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베시는 계약을 체결해 작물을 재배한다. 만약 구매자가 50만파운드의 양배추를 원한다면 이 양을 확실히 맞추기 위해 그는 10~15%를 더 심는다. 샤프는 이러한 잉여작물을 사들이는 것이다.
지난 8일 그는 38토트(한 토트는 약 1,000파운드의 양배추를 담고 있는 카드보드 박스이다)의 양배추를 사들였다. 이것의 대부분은 일주일 후 트럭에 실려 LA로 운송됐고 나머지는 가든그로브와 옥스나드, 샌타바바라 등으로 나뉘어 운송됐다. 38개의 토트 가운데 31개에는 베시의 이름과 그의 농장을 상징하는 말굽 로고가 새겨져 있다. LA로 실려온 양배추는 다운타운 남쪽에 있는 9만6,000평방피트의 푸드뱅크 창고 내 큰 방에 저장됐다. 이 창고는 무려 290만파운드의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크기다.
다음 날 아침 20명의 근로자가 약 4시간에 걸쳐 상한 양배추를 추려내고 나머지는 토트에서 노란색 플래스틱 봉투로 옮겨 담는 작업을 벌였다. 사과와 오렌지, 얌 등과 함께 양배추가 담긴 이 플래스틱 봉투는 푸드뱅크의 900개의 배급소 중 일부로 옮겨져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은 소중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익숙하지 않은 채소는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 샤프는 부추의 일종인 리크를 나눠줬을 때 사람들이 이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그냥 놓아두는 바람에 상해 버렸던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푸드뱅크는 가끔 조리법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베시의 양배추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다. 양배추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모두 먹기 때문에 보급소에서 인기가 높다. 야채와 과일은 콩 통조림이나 시리얼 박스보다 조심해 다뤄야 한다. 또 LA 푸드뱅크가 서브하는 장소 가운데 냉장고를 갖추고 있는 곳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때를 잘 맞춰 분배 직전에 이것을 실어 나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