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를 위해 뉴욕네트워크 이희향 대표(사진)를 만난 곳은 32가 한인타운의 채식전문 한식당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영업중이지만 처음 들렸던 그 식당은 은은한 전통 한국식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고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야 했다. 이 대표는 아시안계 2명과 인터뷰 이전에 있었던 미팅을 진행 중이었다. 그들은 4월중 뉴욕에서 대규모 아시안 푸드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자들이었다.
“식당 분위기가 아주 좋다”라고 첫 마디를 던지자 이 대표는 자신이 비즈니스를 위해 외국인을 만날 때 즐겨 찾는 곳이라며 “식당은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곳이어야 한다”라는 지론을 열띠게 펼쳤다.이 대표를 만난 건 한식세계화에 관한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지난해 가을 김윤옥 영부인의 한식 시연 이벤트를 맡았던 뉴욕네트워크는 최근 구체적인 발족 움직임이 있는 ‘세계 한식화 추진뉴욕위원회(가칭)’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맨하탄 대형 한식당 업주들이 중심이 된 이 단체의 홍보와 기획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그는 문화원이나 영사관 등 공공단체종사자나 문화단체 관계자가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이 대표의 의견이 중요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대표에게 ‘한식세계화’는 당위나 바람직한 일의 범위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본주의가 발단한 이래 모든 새로운 트렌드를 대중화하고 심화시킨 것은 결국은 그 것으로 인해 돈을 버는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자신의 이익과 연관될 때 사람들은 탁상공론을 벌이는 대신 직접 행동에 옮기고 형식적인 외형보다는 내실을 따지게 된다. 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되는 것도 이 단체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는 대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뉴욕의 요식업 규모가 2배로 늘어난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물론 전망이긴 하지만 뉴욕의 어떤 업종이 향후 20년 안에 두배나 늘어날 가능성이 언급되나요? 제가 한식세계화 사업에 관심을 갖는 건 우리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분명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2005년 3월에 만든 뉴욕네트워크는 미디어와 PR,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한국의 방송국에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홍보, 이승철 콘서트 등 공연을 기획했다. 이 회사에게 ‘점프’의 장기 뉴욕 공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금전적으로는 크게 이익을 남기지 못했지만 공연기획에 관한 노하우를 축척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에도 뉴욕네트워크라는 이름을 알렸다. 영부인 행사를 맡아달라는 한국 정부의 뜻밖의 요청을 받은 것도 결국 점프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그 이후에 음식 관련 행사에 관한 문의를 한국에서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추진위원회의 활동을 포함해 한식과 관련된 이벤트와 기획, 컨설팅, 방송물 제작 등이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한식의 속성상 중국음식이나 태국음식처럼 저렴한 패스트 푸드화 하기는 쉽지 않다”며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 일식집 정말 비싼 곳 많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기꺼이 댓가를 지불하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단지 맛뿐일까요? 바로 식사를 하는 동안 문화를 향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가치란 것은 결국 맛은 물론 보고 냄새 맡고, 느끼는 5감 만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당의 분위기 역시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당 들어올 때 신발 벗고 마루바닥 앉으면 외국인들 엄청 불편하고 짜증날 것 같죠? 실제로 그런 걸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더 많아요. 한 끼 해결하고 가는 게 아니고 문화 체험인 셈이니까요.”
그러고 나서 둘러보니 한복 차림의 종업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 그 식당의 손님 90%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럼 인테리어와 분위기말고 가장 중요한 메뉴와 맛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까? KBS에 사찰음식에 관한 다큐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식당 운영자들이 연구해야 할 문제지만 저는 가짓수가 300개가 넘는다는 절 음식을 대중화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한식세계화가 식당 및 관련 이익 단체의 ‘각개격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부의 지원이 계속 되어야 하고 대기업 차원에서의 장기적인 지원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홍보와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일본의 대기업들이 기모노 댄스 페스티벌 등 재밌는 아이템의 문화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예를 들었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것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이유”라고 웃으며 고백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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