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꿈
밤마다 영화를 보듯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꿈속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나 생생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 못할 정도란다. 등만 대면 곯아떨어져서 밤새 잡다한 꿈을 꾼 것 같지만 잠이 깨는 순간 하나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필자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꿈은 잠자는 동안 뇌가 스스로 연출하는 자각현상이다. 밤마다 거지가 된 꿈을 꾸는 왕과 밤마다 왕이 된 꿈을 꾸는 거지를 빗댄 우화도 있지만 세상에 제 맘대로 꿈을 꾸는 사람은 없다. “오늘 밤 꿈속에 그대를 만나리…”라는 노래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꿈 때문에 죽을뻔 했다가 꿈 때문에 출세한 사람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이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자기에게 절하는 꿈을 꾼 소년 요셉은 배다른 형들에 의해 사막의 구덩이에 던져져 죽게 됐다가 때마침 지나가던 대상에게 노예로 팔린다. 13년 후 이집트 감옥에 갇혀 있던 요셉은 왕의 불가사의한 꿈을 해석해주고 30세에 일약 총리대신이 된다.
이집트 왕의 꿈은 가히 엽기적이다. “살찐 암소 7마리를 비쩍 마른 다른 일곱 마리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요셉은 이집트의 모든 박사들이 못 푼 그 꿈을 ‘7년 대풍년 후 7년 대흉년’으로 명쾌하게 해석해 하루아침에 이방인 죄수에서 총리로 영달한다. 요셉총리는 전국에 창고를 많이 짓고 곡식을 충분히 비축해 이집트를 7년 흉년에서 건져낸다.
당시 이웃 가나안도 크게 흉년 들었다. 곡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내려온 아버지 야곱과 형들이 총리가 된 요셉을 몰라보고 절을 해 13년 전 꿈이 실현된다. 요셉은 형제들의 가족 70여명을 이집트로 이민시켜 430년간 200여만명의 민족단위로 키운 이스라엘의 위인이 된다. 그 후 이들은 모세의 영도로 노예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이집트를 탈출한다.
요셉 말고도 명쾌한 해몽의 예는 많다. 바람도 안 부는데 꽃이 떨어지는 꿈은 흉몽 같지만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므로 경사가 있을 징조”란다. 거울이 깨지는(破鏡:이혼) 꿈도 “거울이 깨지면 소리가 나는 법이니 아기가 태어날 징조”라고 정반대로 풀이한다.
꿈은 잠잘 때 일어나는 막연한 생리현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희망, 계획, 포부, 목적 등 구체적이고 분명한 개념을 뜻할 때가 더 많다. 청년에게 “꿈을 가져라”라고 말하는 것은 방에 들어가 잠을 자라는 뜻이 아니라 “야망을 가지고 노력해 성공하라”는 충고다.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꿈과, 목표로 삼고 추구할 수 있는 꿈은 전혀 다르다.
요셉은 남의 꿈(夜夢)을 해석해주고 위인이 됐지만, 자신의 웅대한 꿈(野望)을 추구하다가 암살당한 위인이 있다. 마틴 루터 킹 2세 목사이다. 그가 1963년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 광장을 메운 25만여 인권시위대에 행한 ‘나는 꿈을 갖고 있다(I Have A Dream)’는 평등이념 연설은 링컨 대통령이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를 천명한 게티스버그에서의 민주주의 이념 연설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꼽힌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어린 네 자녀가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라고 외친 킹 목사의 절규는 흑인만이 아니라 한인을 비롯한 모든 소수민족의 꿈이었다. 1964년 민권법, 1965년엔 투표권법이 각각 제정돼 모든 소수민족이 인종, 성별, 피부색깔, 종교 등의 이유로 교육, 취업, 정치, 거주지 선정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게 된 것은 목숨 걸고 큰 꿈을 추구했던 킹 목사 덕분이다.
모든 미국인은 이번 주말을 연휴로 즐긴다. 매년 1월 셋째 월요일이 킹 목사를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이기 때문이다. 18일엔 한인들도 킹 목사의 위대한 유업을 잠시나마 기억하는 게 좋겠다. 2세들에게 킹 목사처럼 큰 꿈을 갖도록 격려해준다면 금상첨화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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