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한국문화원 기획조정담당 김미경씨
▶ 에세이집 ‘브루클린 오후 2시’ 출간
기자와 잡지 편집장을 지낸 전직 저널리스트로 현재 뉴욕한국문화원 기획조정업무를 맡고 있는 김미경씨(사진)가 유쾌하고도 솔직한 뉴욕생활 에세이집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펴냈다.
한때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딸에게 핀잔 듣는 신세’, ‘집세와 각종 생활비에 벌벌 떠는 소심 싱글맘’인 저자는 “그래도 뉴욕에서의 삶, 내 인생의 2막은 날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하다”고 이 책을 통해 외치고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 때려 치워버리고 새롭게 한번 시작해볼까”하는 충동을 느끼지
만 막상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다. 저자는 2005년 사표를 내고 뉴욕에 오며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다른 건 몰라도 맨땅에 헤딩하는 것, 겁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자신 있었던” 기질이 남달랐기 때문. 하지만 그런 저자에게도 낮선 것이 언제나 흥분과 새로움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짧은 영어와 생활의 방편으로 선택한 리셉션니스트란 직업이 주는 자괴심이 의외로 만만찮았다.
싱글맘으로서의 재정적인 부담도 무겁기만 했다. 미국에서 자주 듣던 말 “저 사람이 저래 보여도 한국에서는 잘 나가는...”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기였다.김씨는 자신의 배경이자 존엄성의 근거로 작용했던 외형적인 것들이 완전히 사라진 뉴욕 땅에서(오히려 나의 존엄을 결정적으로 방해할 서투른 영어 억양이 추가돼 있을 뿐인 상황에서)비로소 자신의 존엄성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 또한 그 동안 한국에서 자신의 어깨를 눌렀던 모든 무거운 것들을 비로소 내려놓고 보다 자유스러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첫 장 ‘나 지금, 뉴욕에서 철학한다’는 여기서 출발한다. 거창한 철학이나 이념이 아니라, 생활인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장이다. ‘석사 기자와 연하 고졸 판매사원의 결혼’으로 방송에까지 소개되었던 결혼에 대해 자신만만했던 자신이 이혼을 거치면서 깨달은 점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저자가 사춘기 딸과 겪는 일상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딸,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딸, 철부지 같지만 언제나 엄마의 정곡을 찌르는 딸과 함께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한국과 미국을 가릴 것 없이 많은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유형의 감성과 역량을 지닌 ‘뉴욕 글쟁이’의 출현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두 달만 머물다 가도 덜컥 책을 한권 내는 곳이 뉴욕이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둘러본 뉴욕을 적당한 감상과 낯가지런 문체로 버무려낸 잡문모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른 깊이와 재미를 가진 책 ‘브루클린의 오후 2시’다. 또한 ‘센트럴 팍의 낙엽이 떨어지면’류의 아줌마 겸 소녀 취향이 물씬한 수필과도 확연히 다르다.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우리’만이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 생활의 디테일과 방문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 본 ‘우리’의 모습이 동시에 보여진다. 무엇보다 20년 경력의 저널리스트다운 글솜씨가 책을 읽는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충족시켜준다.
16일 한국에서 정식 출간되는 이 책의 추천글에 “이 책의 가장 큰 보너스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다”라는 표현이 있지만 실제로 김씨는 “누구한테 교훈을 주는 걸 딱 싫어하는” 성격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독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도 드물 것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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