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시장 등 지역정부 책임자에 `불똥’
“예산 바닥 . 주민불만 고조” 이중고
워싱턴 일대를 강타한 사상 초유의 기록적 폭설에 주지사, 시장들이 “제대로 대처했느냐”를 놓고 단체장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애드리언 휀티 워싱턴 DC 시장,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 로버트 맥도넬 버지니아 주지사 등 워싱턴 일원의 지역정부 최고 책임자들은 잇따른 `눈폭탄’으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그들의 리더십에까지 `정치적 불똥’이 튀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대설로 당초 책정된 제설예산도 바낙이 난 지경이라 폭설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제때 눈이 치워지지 않아 집안에 갇혀 있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곳에 따라 끊긴 전기가 빨리 복구되지 않자 주민들의 인내도 한계에 달해 불만이 이들에게로 쏠리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단체장들은 부족한 예산과 주민들의 기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자칫 이번 사태로 인한 `정치적 실족’(political slipups)을 피하기 위해 세심하게 움직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재선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휀티 시장의 움직임은 특히 분주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차량을 몰고 다니면서 제설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수시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D.C 주요 지역의 제설 상황과 주민들에 대한 당부사항을 실시간으로 알리려 애쓰는 등 모든 스케줄을 폭설 대책에 할애하면서 `야전사령관형’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월요일이었던 지난 8일 학교의 등교시간을 2시간 늦춘다고 발표했다가 “2피트가 넘는 눈이 쌓여있는데 어떻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느냐”는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고, 곧바로 휴교 조치를 내리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호소형’으로 접근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폭설인지라 모든 역량을 동원하면서도 아예 주민들의 제설 기대치를 낮추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눈을 치우기 위해 모든 공무원들이 투입됐지만, 앞으로 72시간 내에도 정상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리는 식이다.
지난달 취임한 맥도넬 버지니아 주지사는 주청사가 있는 리치먼드에서 다른 일상 스케줄들을 소화하면서 폭설에 대처하는 `침착형’이다. 기자회견도 주청사의 비상상황센터에 머물면서 `콘퍼런스 콜’(전화회견)을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폭설이 잦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R.T 라이백 시장은 “폭설에는 제대로 대처하면 본전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단체장에게는 최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설 등 비상사태가 닥쳤을 때 최상으로 대처하면 “시장이나 주지사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당연시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대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뭘 하느냐”, “당국자들은 어디에 처박혀 있느냐”는 불평이 쏟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대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워싱턴 DC, 메릴랜드, 버지니아는 바닥난 제설 예산 때문에 폭설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른 분야의 예산을 전용해서 긴급투입하고 있지만 D.C와 주의 재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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