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이상한일이 있다. 최근에,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가 나온 사람들은 왜 모두 침묵하는 것일까?
지난 크리스마스날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인권개선 및 정치범 수용소 폐쇄와 종교 자유 등을 촉구하기 위해 스스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 갔던, 미국시민 로버트 박이 억류 43일 만에 석방되어 나왔다.
그런데 그가 베이징 공항에서는 물론, 자유 천지인 미국땅에 도착해서도 그간의 경위나 북한에서의 억류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이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으니 도대체 북한에서 무엇을 보고 또 무슨 일을 당했기에 그러는 것일까? LA 공항에서 기자들이 아무리 질문을 하고 말을 걸어도 로버트 박은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북한과 중국 국경 지역에서 취재하다가 북한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가 풀려 나온 미국 시민인 두 여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LA 공항에 도착한 그들도 입을 다물고 일체 북한 억류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기만 하였었다. 그들은 왜 ‘침묵모드’로 일관하는 것일까?
로버트의 경우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수 있다. 첫째로, 북한 당국자들의 선심 공세에 넘어 갔기 때문일 수 있다. 최고의 친절을 베풀고, 최고의 대접을 하며, 북한의 좋은 곳만 보여주고, 봉수 교회에서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보여주면서, 북한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도록 했을 수 있다. 북한을 전혀 모르는, 순진하게 미국에서 자란 청년으로서는 선심 공세에 쉽게 넘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반대로, 고문 및 협박을 당해서 일 수 있다. 석방되어 미국에 가 있어도 북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면 어떤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받았을 수 있다.
셋째로, 고도의 세뇌 공작을 당해서 일 수 있다. 북한의 뛰어난 공작 기술이면 미국에서 자란 순진한 청년 하나쯤, 43 일간에 얼마든지 세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던 북한에 대한 생각이 전적으로 미 제국주의자들의 선전에 기인한 잘못된 것이고, 북한은 실제로 인권국가요, 종교자유가 있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완전히 ‘세뇌’당하여, 북한 중앙 통신 기자 회견에서 북한을 찬양하고,’자기의 죄를 반성한다’는 말을 했을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로버트 박 담당자들은 위의 세가지 방법을 다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로버트 박이 주도적으로 참가했다고 하는 ‘글로벌 정의 네트워크’측에서는“로버트 박이 북한의 기자회견에서 말했다고 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다만 북한이 석방의 명분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로버트는 처음에는 목숨을 버릴 각오로 들어갔지만, 결국 목숨이 아까워, 일단 북한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석방시켜 준다고 하니까,‘사죄 및북한 찬양’성명도 발표하고, 석방되어 나와서는, 사정상 당분간 침묵하는지도 모른다.
자세하고 확실한 것은 그가 입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로버트 박은 속히 침묵을 깨고, 진실된 그의 입북 동기, 북한 억류 시에 당했던 모든 내용, 그를 석방하면서 북한 당국이 취했던 어떤 조치들, 기타 모든 내용을하나도 숨김없이 자세히, 그리고 진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베이징 공항에서 풀이 죽은 모습으로, 침묵 모드로 나온 로버트 박, 그가 얼어붙은 두만강을 넘은 것은 결국 북의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한갓 철없는 영웅주의에 불과했던 것인가? 혹은 악한 세력과 싸우겠다고 풍차를 향해 돌격했던 돈키호테 같은 우스꽝스런 해프닝이었던가? 북한은 로버트같이 미국에서 자란 순진한 어떤 개인이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아마도 일단 들어가면 많은 경우, 녹여지게 되는 하나의 ‘붉은 용광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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