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마음 / 서진숙(임마누엘 한국학교 교사)
이번 학기는9월을 시작으로 다음 모든 교과과정이 연결되기 때문에 보통 아이들은 반을 바꾸지 않고 같은반에서 같은 선생님과 수업을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피치못한 사정때문에 학기 중간에 수업을 그만 두어야만 했던 한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우리반에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이름을 부르면 공교롭게도 두 아이가 모두 날 쳐다보곤 했었다. 이러한 상황을 없애기 위해 나는 두 아이들의 미국이름을 불렀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두 아이들에게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한쪽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여자아이는 이미 나와 1년을 공부하고도 윗반으로 올라가지 못해서 나와 다시 더 공부를 하기로 한것인데 반 학기동안 수업을 더 하고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학습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빠가 한국분이고 엄마가 멕시코 사람 이라서 아빠가 숙제를 봐 주셨지만 그것만으로는 역 부족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수업시간이면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주는 과제 조차 따라가지 못 해 힘들어 했다. 우리 한국학교에는 한국어를 너무 늦게 배워 실제 학년은 높은데 나이에 비해 한국어를 하지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영반이 있으나 그반에 있는 아이들은 이 여자아이보다 나이가 많다는 조건이 맞지 않아서 결국 이 여자아이는 한국학교를 그만 두게되었고 이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는데 있어서 더 이상 내가 도와줄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다.
그 아이 아빠는 아이에게 집에서도 한국말을 시키려 노력했으나 아이가 엄마와는 스페인어를 더 많이 하고 그 영향으로 한국말을 쓰는 것을 더 어려워 한다면서 안타까워 하셨다. 미래에 그 여자아이가 자신의 아빠가 쓰는 언어와 문화로 부터 멀어지게 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반면,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남자 아이는 우리 학교 한 선생님의 아들로 남편은 미국분이다. 그 선생님은 자신의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는것에 정말 적극적이셔서 아직은 잘 따라가고 있고 처음엔 아이가 조금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아이들이 여럿이기에 더 신경을 써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여서 대신 그 아이의 바인더를 점검 하는데 그 안에는 그 아이의 엄마가 준비해준 다른 보조 교재가 들어있는 것을 보면서 안심하고 있다. 또한, 이 한국 선생님은 자신의 아들이 정말 한국말을 잘 하게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이제 더 윗반으로 올라가게 되면 단어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해야 하기때문에 걱정이라고 하시며 집에서 30분씩 한국말로 대화를 나눠야 겠다고 하셨다.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아빠가 한국분인 자녀가 한국어를 배우는데 한계가 있다는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덜기 위해 우리 학교에서는 지난 학기부터 외국인(어른들)을 위한 한국어반이 개설 되었다.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이번 학기에는 한국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한 중국 아저씨도 수업을 신청하는것을 보았다. 이제 외국인 부모님들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으면 들을수 있는 수업이 생긴 것이다. 한국 부모님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아이들이 한국어을 잘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바램들이 한쪽 부모만 한국인인 경우 만큼 절실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 교육도 부모님의 의지가 어느 정도 인지에 따라 아이들의 마음가짐이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다르게 되는것 같다. 그냥 학교에 가서 배우면 되겠거니 하고 그냥 냅두는 부모들의 아이들은 읽기는 늘지만 쓰기 실력이 향상 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모든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하기를 바라신다면 일관적인 끈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일깨워 줘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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