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메리 프티트 유(Mary Petite Yoo) 씨는 오랜 세월을 두고 이곳 에서 뿐 아니라 뉴욕 시내에서도 가끔씩 반갑게 만나곤 했던 이웃이다. 유난히 유럽풍이 나는 조용한 지역인 브랑스빌 다운타운 상가에서 처음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을 미세즈 유라고 소개했었다.
처음부터 메리의 남편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은근히 가깝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나 그 보다는 그녀 자신에게 더 관심이 갔다. 차분하며 또한 지적인 분위기만큼이나 메리 유씨는 무척 학구적이었다. 동양 역사와 동양 미술에서부터 현대 예술 전반에 걸쳐 박식했으며 한편으로는 비즈니스 쪽에서도 국제적으로 활약을 했던 커리어 우먼으로서 왠지 사귀고 싶은 인물이었다.
최근에 메리 유씨가 우연하게 관련을 갖기 시작했다는「아시안 워먼즈 기빙 써클(Asian Woman Giving Circle)」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적극적으로 알려준 것을 계기로, 눈이 하루 종일 내리는 오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았다.
워낙 웨체스터 태생인 메리는 웨슬리(Wellesley) 대학에서 동아시아 연구와 종교 및 성서 연구로 대학을 마치고 타이완에서 거의 10년을 중국어 및 중국 역사로 타이완 국립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빠리와 싱가포르 등지에서 여름 프로그램을 했던 그는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업을 마친 후에 메리는 잠시 미국과 중국 관계를 다루는 기관에서 일했으나, 그 후 그가 해온 일은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가 익힌 아시아, 유럽, 미국의 문화에 근거한다는 점으로 일관된다. 일본 가와사키제철(Kawasaki steel), 뉴욕의 주커만 컴페티(Zukerman &Co.)빠리를 근거한 크리스찬 또뜌(Christian .Tortu), 기앙(Gien), 플래루 그룹( Fleurus) 등 교육, 출판사 그리고 유서 깊은 사기그릇 회사 등 그들의 미국 시장 개척에
종사해 왔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은 구한말 시대의 고직 관원이며 미술품 소장가였던 박용철의 글과 중국 사진작가 모우 항관(Mou Hangyan)의 책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도 했다.남편 역시 중국으로 유학 온 학생이었다. 23년 전 옛 결혼사진 속에서의 메리 유씨는 한복 입은 인형을 연상시킨다. 둘은 곧 뉴욕으로 왔으며 현재 3형제를 두고 있다. 맞이 에드와드(元)는 해군으로서 현재 버지니아 콴티코에 있는 베이직 스쿨(The Basic School)을 다니고 있고 둘째 앤드류(信)는 윌리엄스 대학 4학년, 그리고 막내 크리스찬(聖)은 지난해 하버드 대학에 입학 천
체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들들의 한자 이름은 메리가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친구의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아시안 워먼즈 기빙 써클」의 취지에 호감을 갖고 적극지원을 하고 있는 메리는 “될수록 많은 한인 여성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이 단체가 지원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남편이 한국 사람이고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이라던가 ‘코리안 아메리칸’ 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미국 시민으로 산다면 누구나가 다 <미국인>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나라와 나라라는 한정된 경계를 벗어나 서로가 통할 수 있는 가치관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차근히 이야기하는 미세즈 유. 동과 서가 둥그렇게 돌아 서로 끝이 닿은 ‘써클(Circle)’이 느껴온다. <노려 기자>
23년 전 한국 광주에서의 결혼식. 시어머니께서 전라도 여수의 여(麗)자를 따서, 메리의 이름을 배한려(裵韓麗)라고 지어 주었다. 배자는 중국에서부터 메리의 성 ‘프티트’의 P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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