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병원이 좋은 이유 중에 한 가지 큰 이유는 간호 복입니다. 한국과 다르게 머리에 간호사 모자(Cap)을 안 써도 되고 달라붙는 하얀 치마를 안 입어도 되고 매번 올이 나가는 스타킹이나 꽉 끼는 샌들을 안 신어도 됩니다. 한국에선 스타킹을 사느라 돈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 스크럽(Scrub)이라 불리는 옷을 입고 일반 운동화를 신어도 된다는 게 정말로 좋습니다. 물론 병원마다 색깔이나 무늬에 제한을 두기는 해도 다리가 별로 아름답지 못한 저는 치마를 반드시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는 맘으로 병원을 다닙니다.
그런데 이 스크럽이 참 재미있습니다. 색깔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판단할 수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녹색은 병원 레지던트들이 많이 입습니다. 녹색, 회색, 파란 색은 의사들 용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오버타임을 좀 많이 하다가 빨래를 제때 못해서 집에서 굴러다니는 녹색 스크럽을 입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가 신참이라서 제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저보고 몇몇 사람들이 레지던트냐고 물어보더군요. 다음날 빨래를 해서 간호사 스크럽을 입고 갔더니 다들 저를 간호사로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이 스크럽을 병원 사람 뿐 아니라 사이즈와 편안함에 일반 사람들도 입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길거리에 스크럽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의사 간호사 외에 조무사들이나 또 의사보조사(Physician Assistant), 가끔 약사들도 그리고 수술보조, 의료기 촬영기사 또한 병원 청소부 등 많은 사람들이 입고 다닙니다.
한번은 책방에서 스크럽을 입은 변태를 만나서 혼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스크럽을 입었다고 저 사람이 의사구나, 간호사구나 믿고 혹시라도 사
기 당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의사들이 입는 스크럽에는 가끔 병원이나 학교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의사는 지금 근무하는 곳 아닌 다른 병원 스크럽을 입고 다닙니다. 각 병원마다 자체 스크럽을 외부로 방출을 못하게 되어있으므로 그것은 사실 불법입니다. 그러나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병원 스크럽을 입고 집으로 가서는 돌려주는 것을 잊어먹고 시간이 흘러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대학 병원에서는 기념으로 학교나 병원 로고가 찍힌 스크럽을 팔기도 합니다. 의사 들은 가운의 길이로 신분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가운의 길이가 짧으면 아무리 얼굴이 늙어보여도 학생입니다. 가운의 길이가 길면 아무리 나이가 10대로 보여도 의사입니다. 한국은 정반대입니다. 보통 짧은 가운은 의사가 입고 긴 가운은 학생들이 입습니다. 미국처럼 완전히 정형화 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번 한국에 가서 여러 병원을 다녀보니 경력이 오래 되신 의사 분들이 짧은 가운을 선호하시는 걸 봤습니다. 한번 의학 관련 드라마를 유심히 보세요.
스크럽의 가격은 호주머니 수와 비례를 합니다. 보통 윗주머니 한 개만 있지만 일하다 보면 호주머니가 모자랍니다. 그래서 호주머니 한 두 개 더 달린 것을 찾게 되는데, 같은 브랜드 같은 색깔도 호주머니가 한 개 더 달릴 때마다 가격이 오릅니다. 깔끔함을 보여야 하는 간호사들은 스크럽을 다림질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겨진 스크럽은 아무리 예뻐도 별로 호응을 못 받습니다. 좀 비싸도 남편 와이셔츠도 그렇고 스크럽도 그렇고 윙클프리는 참 좋은 듯합니다. 간호사들은 화사한 색깔의 스크럽을 입으며 때로 기본적인 모양에서 조금씩 변형된 다른 스타일을 입습니다. 간호사들의 스크럽에도 소위 말하는 ‘신상’이 있습니다. 패션을 아는 간호사들이 소개하는 ‘신상’이 은근히 병동에 퍼져나갑니다. 저도 ‘신상’을 소개하는 몇 안 되는 간호사입니다. 혹시 간호사 와이프를 두셨거나 간호사 여자 친구가 있다면 선물로 ‘신상’ 스크럽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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