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참여
풀오페라 관극 기회...충분히 박수 받을만
하나의 공연(Performing Art)을 리뷰하면서 ‘공연 자체의 의의’에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평하는 이도 영락없는 비전문가로 보일 뿐 아니라 어렵게 무대에 올린 극단으로서도 썩 달가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심포니 스페이스 극장에서 공연된 ‘아쉬(OSH) 오페라(단장 오숙희)’의 ‘피가로의 결혼’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를 것 같다.
새로운 창작물이 아닌 경우 오페라의 레퍼토리들은 이미 수없이 여러 단체들을 통해 공연된 고전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리뷰들은 연출자와 지휘자의 새로운 해석이나 주연 성악가들의 퍼포먼스에 우선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다른 성악가들, 무대와 의상, 조명 등으로 평가의 시선이 옮겨간다. 그러나 이날 관객들 중 이런 비평적인 시선으로 공연을 감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관객들은, 모든 부분이 미흡하긴 했지만,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제대로 된 무대에서 3시간의 풀 오페라 관극의 기회를 준 아쉬 오페라단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이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을 한번이라도 직접 경험해 본 관객이라면 그리고 뉴욕 한인 커뮤니티의 문화 시장 규모가 얼마나 열악한 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한인 음악가들이 오페라단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아쉬 오페라는 창단 후 벌써 3번째 이 같은 대단한 공연을 성사시켰다. 물론 그때마다 고스란히 손해를 보면서 올린 공연이다. 오숙희 대표는 정확한 제작비를 밝히진 않았지만 대부분 초대 손님으로 메워진 공연에서 소액의 후원을 제외하고는 극장 대관료와 인건비, 진행비를 벌충할만한 수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숙희 단장과 박준범 음악감독은 뉴욕솔로이스츠 앙상블과 챔버 콰이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실내악 활동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해서” 2007년 오페라단을 창설했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새로운 일을 시도했다는 말들은 많은 경우 정직하지 못하지만 오 단장이 창단 공연 ‘코지 판 투테- 여자는 다 그래’를 올리며 “획기적인 기획과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수준 높은 작품을 선사한다”는 목표를 밝혔을 때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
다. 도저히 이익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 음악가들과 관객들의 지평을 넓히는 이런 수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평가할 부분은 있다. 무엇보다 오디션을 통해 매회 다른 성악가를 캐스팅을 하는 시스템이 야기하는 들쑥날쑥한 수준이다.
오 단장 스스로가 “ 출연진은 지난번의 훨씬 낫다”라고 인정할 만큼 한인 성악가들이 주도한 1, 2회 공연의 출연진들은 수준을 인정받았다. 아쉬 오페라의 후원자이며 음악 애호가로 소문난 송정훈 뉴욕한인회 수석 부회장은 “ 내가 후원자라서가 아니라 정말 작품이 재밌고 훌륭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전원 외국인들로 채워진 이번 작품의 성악가들은 대부분 함량 미달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연습 도중 주연이 교체되며 급히 투입된 피가로 역할의 베이스 에릭 캘러는 훤칠한 키와 용모를 제외한다면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가장 좋은 비교의 대상은 역시 한인 성악가들이 조직한 오페라단 ‘칼리오페’다. 지난해 만들어진 칼리오페는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전극 오페라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그레잇넥 교회에서 미니 무대로 공연된 ‘나비무대’에서 이번 아쉬오페라 작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량을 과시했다. 마침 칼리오페는 오는 6월, 아쉬오페라가 2008년 공연했던 퀸즈칼리지 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비교가 기대된다.
아쉬의 한 관계자는 공연 전 매년 다수의 한인 성악가들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 아로요(Arryo) 오페라 공연과 비교하며 “적어도 아로요보다는 높은 수준이다”라고 자신했지만, 2008년과 2009년 계속 아로요 공연을 본 입장에서는 그렇게 자신 있게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쉬 오페라단은 내년 6월 ‘세빌리야의 이발사’를 4회 공연으로 올릴 목표다. 보다 성공적이
고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서는 한인 관객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이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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