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X공항 비디오 작품’도시의 빛’ 영구전시
▶ 비디오 아티스트 조승호 씨
뉴욕의 비디오 아티스트 조승호씨는 최근 LA 국제공항 라운지에 12채널 비디오 작품 ‘도시의 빛 (City of Light)’이 전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명했어야 하는 인물이다. 뉴욕대 유학생 시절을 포함해 뉴욕에서 활동한 것만도 23년인 오랜 관록도 만만치 않지만 이미 90년대 중반의 첫 개인전을 포함해 모마에서만 4차례 전시를 가진, 뉴욕의 한인 아티스트로는 드문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한번만 본선에 올라도 이력서에 크게 강조하는, 실험 영화 부문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오버하우젠 영화제와 암스텔담 필름 페스티벌에는 단골로 작품이 소개되기도 한다. ‘계보’로만 따지면 뉴욕의 한인 비디오 아티스트로는 백남준 이후로 그를 꼽아도 큰 무리가 아니다.
이런 경력을 가졌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은 그가 사람도 안 만나고 작업실에만 ‘쳐박혀서’ 오로지 작업만 하는 철저한 은둔자이며, 자기 PR이란 개념을 싫어하는 지독한 고집쟁이인 데다가 자신을 평가하는 데 지나치게 냉정하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제가 백남준 선생님 다음으로 뉴욕에서 오래 작업한 한국인일 겁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백 선생님과 나 사이에 얼마나 뛰어난 외국인 작가가 많은데요.”전시와 수상 경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속된말로 저는 이미 10년 전에 떴습니다. 비디오 아티스트에게 모마 개인전은 음악가한테 카네기홀 무대랑 마찬가지죠. 하지만 작가가 한번 반짝하면 뭐합니까? 계속 만들고 인정받고 평생을 노력해야죠. 어디 한군데서 상 받았다고 그때마다 언론에 알리고 하는 일, 저는 체질적으로 못합니다.”
2006년 그의 작품이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비디오 페스티벌에 초대받았을 때 그를 잘 아는 기자가 먼저 연락을 해 인터뷰를 요청했다고 한다. 조씨는 “매번 나가는 거 무슨 인터뷰”냐고 퉁명스럽게 반응해 사이가 서먹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1959년생인 조승호씨는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88년 도미해 뉴욕대에서 비디오 아트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슈퍼 VHS로 촬영한 작품이 오버하우젠에 초청된 뒤 비디오 아티스트 전문 배급사인 뉴욕의 EAI, 네덜란드의 몬테비디오와 계약을 맺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1998년에는 록펠러 재단 미디어 아트 부문, 2008년에 뉴욕예술재단 미디어아트 부문 펠로우십을 받았고 2008년 블랙 머라이어 필름 & 비디오 페스티벌에서 대상 수상했으며 작년 12월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브리티시 필름 인스티튜트에서 작품을 상영했다. 오는 4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다시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그의 비디오들은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하고 시각적인 노이즈(noise)가 강하기 때문에 공
공미술 작품으로 선정된 것은 의외로 보일 수도 있다. 뉴욕이라는 번잡한 도시에서 은둔자로 살아가는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그의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밝은 공항 청사보다는 시네마테크의 어두운 공간에서 음미해야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시적이며 몽환적이고 회화적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다양한 이미지들이 사운드 콜라주와 결합’한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 그의 작품을 한 평론가는 “거의 회화 같은 기법으로 연출된 그의 작품에서 도시 풍경과 자연은 끊임없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 빛이 그려내는 추상과 도시의 탈주하는듯한 반영까지 그의 작품들에 녹아있다”고 평했다.
LA와 라스베가스 도심, 그리고 인근의 조수아 팍, 데스밸리 등 자연이 빚은 풍경을 대비시켜 형상화 한 ‘도시의 빛’은 띠 모양으로 구성된 46인치 LCD 모니터 59개에 담겨 LA를 방문하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예술의 향취를 전할 것이다. <박원영 기자>
국제공항 신청사에 장기 전시될 조승호씨의 비디오 작품 ‘City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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