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제도 개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듯하다. 민주당은 마지막 표 계산을 하고 있고 공화당 측과 보험업계는 안간힘을 다하여 반대 여론 조성에 힘쓰고 있다.

사용하는 용어들도 험악해져서 대통령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주장과 의료제도 개혁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수 년 내에 미국의 재정이 파산할 것이라는 예언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반대를 하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인데 미국 의료제도의 현황은 창피하다 못해 참혹한 수준에 있다.

미국은 작년 국내 총생산(GDP)의 17.3%를 의료비로 지출했다. 이는 다른 개발국 의료비용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로 단연 세계에서 제1위다. 그러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영아 사망률은 세계에서 39번째이고 성인 사망률은 43번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의료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974년 15세부터 60세까지 연령대의 호주 남성과 미국 남성의 사망률은 거의 동일하였다. 36년이 지난 지금 미국 남성들의 사망률은 호주 남성들보다 약 40%가 더 높다.

현재 4,900만명의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이 없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보고서의 분석에 의하면 의료제도 개혁이 안 되는 경우 2020년에는 이 숫자가 6,700만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보험이 있는 사람들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79% 늘어날 것이며 보험료는 두 배가 넘게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건강보험회사인 블루크로스 안뎀 회사는 최근 개인 보험료를 무려 39%까지 일괄 인상하였다.

의료제도 개혁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을 보면 개혁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나라가 당장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으나 의료제도 개혁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생산성 증가와 비용절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선 전국민이 의료보험을 갖게 되는 경우 당장 15% 정도의 비용이 절감된다. 현재 보험회사들은 보험료의 30% 정도를 관리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데 그 중의 약 반 정도는 어떤 사람에게 보험 가입을 허용할 것인지, 허용을 하면 그의 병력과 여러 가지 배경에 따라 얼마의 보험료를 물릴 것인지, 이 사람이 혹시나 과거의 병력 중 숨겼던 일이 있었는가, 등의 일을 심사하는 데에 사용한다. 이러한 심사를 할 필요가 없어지니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현재 병원과 의사들은 보험회사의 보험료 지급 심사가 하도 엄격하기 때문에 지급거부 기준에 걸리지 않도록 서류작성과 사무절차를 처리하는 전문인을 따로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비용 또한 절감될 것이다.

모든 국민이 정기적인 건강관리를 받게 되면 많은 병을 조기치료 내지 예방할 수 있고 거기에서 생기는 비용절감 역시 상당할 것이다. 개선된 건강으로 인한 국가적 생산성 향상 또한 계산해 보아야 한다. 이외에도 제약회사로부터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처방약을 대량 구입하는 데에서 나오는 비용절감이 이루어질 것이다.

의회의 예산국은 상원의 의료제도 개혁안이 이루어질 경우 10년에 걸쳐 연방정부 적자를 1,180억달러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이것을 민주당 측에서 제공한 ‘속임수의 가정’에 근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도 있으나 그것은 의회 예산국이 어떤 곳인지를 잘 모르는 소리다. 의료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김철회 / 법정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