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주축 5년 준비끝에 1986년 BNB 개점
자본금 4백만달러…한인 금융사상 최초 연방정부 인가
9개월만에 적자운영 벗어나며 전국은행 30위로 성장
▲데일리뉴스가 보도한 BNB와 정삼찬 행장
뉴욕에서 브로드웨이 한인상가를 중심으로 재력을 키운 한인들이 80년대 접어들어 순수 동포은행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그때까지 미국계 은행과 한국계 은행을 이용하던 상인들이 이제는 한인들의 힘만으로 은행을 설립하고 이를 가꾸어나갈 자신이 어느정도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수년간에 걸친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86년 후반에 한달 반을 사이에 두고 순수 동포은행 두개가 간판을 달았다. 그해 7월31일 맨해튼 브로드웨이 31가에 문을 연 엠파이어 스테이트 뱅크(ESB)와 9월16일 브로드웨이 27가에 문을 연 브로드웨이 내셔널 뱅크(BNB). 둘다 순수 동포들의 자본금 4백만달러씩을 투자해 설립한 것으로 ESB는 주정부 인가를 받은 스테이트 뱅크, BNB는 연방정부 인가를 받은 페더럴 뱅크라는 점이 달랐다.
두 은행 가운데 뉴욕한인 경제인협회가 주축이 된 BNB는 준비를 좀 일찍 서두른 편이었다. 1981년도 부터 일부 회원들 간에 동포은행 설립에 관한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들은 82년 7월에 이미 시장성 조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10개월후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한 이들은 1983년 5월 19명으로 은행설립 발기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조직을 가동시켰다. 이때 선봉에 선 사령탑은 오래전부터 은행 설립의 꿈을 키워왔던 정삼찬이 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7월 은행설립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완성되고 발기인 모집에 들어갔다. 11월에는 은행설립 허가 신청 요건에 따라 정삼찬이 이사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12월 은행설림 허가 신청서를 연방 재무부 은행국에 제출했다.
이때 발기인들은 강학선, 김동빈, 김신한, 찰스김, 김혁규, 문정웅, 변원수, 유득종, 윤수균, 윤호헌, 정삼찬, 정수일, 조병태, 최회용등 14명이었다.
1년여만인 85년 3월21일 연방정부로 부터 은행설립 예비허가를 취득했다. 재미한인 금융사상 최초로 연방정부로 부터 은행설립 허가를 받은 것이었다.
인가기관은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OCC). 이에 따라 그해 10월부터 주식청약이 개시되고 자본금 4백만달러에 달하는 주식청약이 불과 5개월만인 86년 3월에 완료됐다. 통산 5년간의 준비끝에 86년 9월16일 개점을 하기에 이르렀다. 법인체명 BNB 이름으로 현지 동포 투자 4백만달러의 자본금으로 1164 브로드웨이 주소를 거점으로 희망에 찬 첫 출발이었다. 개점당시 이사진은 강학선, 김동빈, 김신한, 김인한, 오선주, 우상영, 유득종, 운호헌, 장삼찬(이사장), 최희용, Don Chou, Wen Chu Huang, J. O’hara, J. Sadlik, W. Tucker. 주주구성은 한인 77명, 미국인 16명, 중국계 동포 3명등 총 96명이었고 이사진이 총 발행주식의 71% 를 소유했다.
경영진은 은행장 우상영, 고문 John Sadlik, 부행장 Dan Cardone, 김희동, controller 권오명등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들로 진용을 짰고 수신, 여신, 수출입 관련 업무와 기타 금융서비스등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 또다른 한인들의 그룹이 별도로 뉴욕주에 은행설립을 신청해 인가를 받았다. 이사장 하장보등이 주축이 된 ESB가 주정부로 부터 인가를 받기에 앞서 두은행간 통합을 하려는 노력이 한때 기울여졌다. 그과정에서 통합 원칙엔 양측이 다 찬성했으나 양보에는 둘다 인색했다는 평을 받았다. 준비기간의 경비부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앞으로 누가 운영실권을 갖느냐가 관건이 되어 2년간 팽팽한 대립을 보인 끝에 결렬되고 말았다. 이후로는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각기 주식공모를 발표했다. 그리고 ESB가 한달반 먼저인 86년 7월31일 개점 테이프를 끊었다. 출범 이사진은 하장보 이사장을 비롯, 비키안, 하승호, 정준원, J. Gordin Kalt ,김재설, 민경완, Paul Restaino, Abraham Rosen, 오병홍, 이상협, 문종구, 이용재, 박하영, 예비이사 서태영, 김호진, 김준겸, 이재신, Weissglass, Stenger 등이었다.
그러나 ESB는 개점 3년만에 대형 금융사고를 치고 말았다. 뉴욕주 은행국 감사결과 치명적인 위법사실이 밝혀졌다. 그간 누적되어온 악성대출의 회수 불가능이라는 판정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자본금 4백만달러가 잠식되고도 40만불이 모자라는 결산과 함께 지불불능과 무기력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170만달러의 편법증자도 한몫했고 경영권 비리 싸움이 파산을 자초했다는 평도 들었다. 헤게모니 쟁탈전에 주주들은 우왕좌왕하면서 3년간 파워게임을 벌인 나머지 개점 만 3년만인 89년 7월28일 문을 닫았다. 한인최초의 동포은행이라는 자부심도 무너지고 결국 FDIC에서 인수후 폐쇄조치되는 불운을 맞았다.
반면 BNB는 비교적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9개월만에 적자운영에서 벗어나는 기록적인 성장을 했다. 연방은행이므로 경영진의 자격이나, 은행 시설, 경영실적 평가등에 있어서 심사기준이 주정부 인가 조건에 비해 엄격했으므로 보다 높은 공신력이 보장되고 질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한국이나 외부 자본투자에 의존하지 않은 순수 동포은행이었기 때문에 이익이 동포사회로 환원되어 동포경제에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BNB에도 순탄치만은 않은 일이 있었다. 개점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수성이 짙고 검사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연방은행 감독기관의 감사결과 융자관련 지적사항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인해 4-5년간 대출규제라는 행정처분을 받은 적도 있었고 남미계 예금 고객에 의한 거액의 현금거래가 담당책임자의 묵인 아래 보고없이 상당기간 이루어진 가운데 정부기관 감사를 받고 지적사항을 소홀히 한 이유로 해당기관에 발과금을 물게 되었고 언론에도 이사실이 알려져 한
동안 애로를 겪었다. 그와같은 역경을 헤치고 오늘날의 성숙하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발전했다. 90년대와 2천년대에 걸쳐 은행간 M&A등 이합집산이 잦았던 때에도 BNB는 끄떡 없었다. 오히려 미국정부가 보증하는 기업 육성자금 SBA융자에 눈을 돌려 불모시장을 개척하면서 승승장구했다. 1993년 미동부 한국계 은행으로서 처음으로 SBA 융자를 시작, 1995년 연방 중소기업청으로 부터 SBA융자 대행은행으로 인가를 받아 직접 융자를 취급하기에 이러렀고 2000년 부터 2005년까지 수많은 대형 은행들을 제치고 5년 연속 SBA융자 취급 실적 1등상을 수상했다.
미전국 1만여개 은행중에는 30위로 랭크됐다. 현존하는 뉴욕최초의 동포은행 BNB의 2010년 3월1일 현재 영업규모는 자산 4억달러, 예금 3억6천달러, 대출 3억달러, 자본금 4천만달러이며 점포망은 뉴욕에 지점 1개, 뉴저지에 2개, 필라델피아를 포함한 융자사무소가 5개소에 달하고 있다. 설립추진위원장,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정삼찬이 지난 93년 이래 은행장을 맡고있다.
이후로 1994년 설립된 동포은행 팬아시아 뱅크는 내셔널 펜 은행으로 매각됐다가 우리은행으로, 98년에 설립된 동포은행 리버티 뱅크는 읠셔은행으로 각각 흡수 합병되었고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설립된 뉴뱅크와 뱅크 아시아나가 있다.
조종무<언론인,한국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 조사위원>
▲ 자본금 4백만불을 조성한 BNB 주주들(1985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뱅크의 폐쇄소식이 알려지자 환불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예금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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