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연세에 왜 거길 가십니까?” “여기서 돈을 모아 보내는 것도 훌륭한 봉사입니다. 구태여…”
아프리카의 차드, 그것도 수도 은자메나에서 몇 시간이나 차를 타고 가야하는 오지에 우물을 파러 간다고 하자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심지어 겁을 주는 분도 있었다. “내가 아는 분도 아프리카에 봉사하러 갔다가 귀국한지 1주일 만에 그만…. 아마 물을 잘못 마셨던 모양이에요” 모두가 70중반에 들어선 내 나이와 건강을 염려해서였다.
차드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려 7가지나 되는 예방접종을 해야 했고 그 비용만도 수백달러가 됐다. 낯선 지역의 풍토병을 예방하는 접종이어서인지 비용이 꽤나 비쌌다. 그래도 우물 6개 파는 값인 1만8,000달러를 모았는데 후원해 주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직접 차드에 다녀와야겠다고 고집했다.
LA 공항을 떠난 지 이틀 만에 도착한 곳은 은두(Ndou) 마을이었다. 가난의 처절함이 뼈마디 마디에 맺힌 모습들이었다. 그래도 눈망울만큼은 초롱초롱했다. 내 손을 잡은 아이들에게서 희망의 맥이 짚어졌다.
물이 없는 그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멀리 떨어진 호수에서 양동이로 물을 길어왔다. 하지만 그건 물이 아니었다. 오물과 진흙이 뒤섞여 가축도 먹어서는 안될 폐수나 다름없었다. 그런 물을 마신 아이들은 몇해 안가 병에 걸려 숨지기 일쑤였다. 물이 부족해 8초마다 한명 꼴로 죽어간다는 차드는 차라리 저주의 땅이었다.
풀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그 땅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 그 먼 길을 간 것이었다. 메마른 땅에 물을 적셔가며 시추봉을 박아 넣고 파들어 가기 시작한지 대여섯 시간쯤 지났을까. “물이다!” 지하수가 시추봉을 타고 쏟아져 나오며 환호성이 터졌다.
이장의 깊게 패인 눈주름 사이로 눈물이 방울져 내렸다. 그것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닌 환희의 눈물, 생명이 넘쳐흐르는 눈물이었다. 타는 듯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목을 축일 한모금의 물이 그들에겐 생존 그 자체였던 것이다.
몇몇 후원자들이 모은 성금으로 수백명의 은두 마을 주민들을 살리다니…. “이제 물을 실컷 마실 수 있겠네요.” 그 땅을 떠나기 전 어느 아이가 내 손을 잡으며 들려준 말이 지금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물 부족으로 아이들의 배움의 기회조차 사라져버렸다는 차드의 그 마을. 2년 후 다시 그 땅을 찾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그 때는 배움에 목마르지 않게 우물 옆에 작은 학교를 지어줄 계획이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드의 우물파기 사업이 알려지자 ‘사랑의 셈법’에 동참하겠다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마음이 넉넉한 부자란 생각이 든다. 그 분들의 꿈이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주렁주렁 영글기를 기대해 본다.
유분자 /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boonjay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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