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보는 만화를 둘 쳐 보다가 갑자기 옛날에 즐겨 보던 만화책과 만화영화들이 그리워서 요즘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은하철도 999」,「미래소년 코난」,「키다리 아저씨」...그 중에「캔디 캔디」가 있습니다.
「캔디 캔디」 혹은 「들장미 소녀 캔디」 라는 이름으로 1975년 일본의 만화작가 이가라시 유미코 씨가 만든 이 만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고아원에 살던 캔디가 우연히 부자 집에 말동무로 갔다가 쫓겨나고 그러다가 다시 다른 부자 집에 입양 가서 영국의 기숙사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거기서 좀 얌전히 있으면 아주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는데 결국은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고 간호사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끝에 가서 키다리 아저씨 같이 자신을 줄곧 돌봐준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다시 만화책을 읽으니 간호사가 된 캔디가 남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캔디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웃는 얼굴로 병원생활도 잘 이겨나갑니다. 나중에 자길 짝사랑하는 닐 때문에 병원에서 쫓겨나지만, 그래도 허름한 개인병원에 취업을 해서 주근깨 웃는 얼굴로 환자들한테 사랑을 받습니다.「캔디 캔디」는 만화영화로 제작되어, 일요일 아침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란 노래로 시작되던 순정 만화
의 고전입니다. 캔디를 도와주는 삼총사 안소니, 아치, 알버트 그리고 캔디의 고아원 친구 애니, 부자 집 말 동무였을 때부터 캔디를 엄청나게 괴롭혔고 나중엔 캔디한테 반해서 스토커같이 쫓아다니는 캐릭터 닐과 이라이저 남매, 캔디를 뒤에서 돌봐주는 알버트 아저씨 그리고 캔디를 좋아하는 테리우스 등이 등장합니다. 한국에선 ‘그 사람 테리우스 같아’라는 말이나, ‘캔디같은 성격이야’, ‘이라이저 머리’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캔디가 실생활에 녹아있습니다. 달려가는 캔디를 뒤에서 껴안는 장면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딸을 낳으면 꼭 같이 다시 보고 싶은 몇 안 되는 만화입니다.
캔디를 보면서 갑자기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다고, 몇 십 년 전에 나온 만화책 주인공도 웃는 얼굴로 간호를 하는데 나는 뭘 하는 걸까 하구요. 물론 만화주인공과 나의 실생활을 연결시킨다는 건 좀 우습지만, 힘들어도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인 자세를 지닌 캔디를 만화의 주인공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캔디를 저의 롤 모델로 정했습니다. 까다로운 환자가 있을 때는 캔디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한발자국 뒤에서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요즘은 스트레스가 좀 덜 해진 것 같습니다.이번 주말에 일본인 간호사 친구를 만나면 “와따시노 롤모데르와 캔디데스 !!” 라고 해줘야겠습니다. 혹시 간호사분들, 또는 간호학생분들 중에 힘든 분들 있으시면 캔디를 사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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