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코리안 닷 넷 대표)
덥다고 할 만큼 기온이 높았다. 햇살도 따뜻했다.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봄 날씨였다. 산행을 하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매주 토요일은 나에게 양씨와 하씨 두 집사와 함께 산행을 하는 날로 되어 있다. “오늘은 베어 마운틴 어때?” “좋지 뭐! 플러싱에도 들러야 하니까” “그럼 오늘은 순대국 먹을 수 있겠네?”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사이에 뉴저지 에디슨을 출발한 자동차는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를 통과하여 어느 덧 등산로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이 코스는 처음 10분 정도가 제법 힘이 든다.
경사도가 심하여 숨이 가빠 오는 난코스이다. 5분도 안돼서 하 집사가 죽는 소리를 시작했다. “오늘 컨디션이 영 아닌데…” “벌써부터 죽는 소리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오늘 몸이 안 좋아요.” “어젯 밤에 뭐했는데?” “하긴 뭘…” “그런데 왜?” 하 집사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양 집사와 내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도 완전한 침묵 모드를 지키고 있었다. 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정상에 도착했다. 작년 여름에 올랐을 때 우리를 반겨 주었던 녹음도, 가을에 보았던 단풍도 없었다. 벌거벗은 나무들만 서 있었다. 일주일 전에 몰아쳤던 강풍에 찢기고 넘어진 나무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작년에 왔을 때는 없었던 벤치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었다. 2008년도에 세상을 뜬 누군가를 기리며, 고인의 가족들이 기증한 것이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위하여 귀한 호의를 베풀어 준 그 사람들처럼, 나도 좀 뭔가를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산길은 수월했다. 하 집사도 원기를 회복한 것 같았다. ‘시온산학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갖 학문을 섭렵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Are you Koreans?” 하고 묻는 소리가 들려 왔다. “Yes, we are.” 라는 답변에 어떤 미국인 여성이 “킴 유나”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김연아 선수의 이름을 미국인들은 ‘김유나’라고 발음한다. 김연아 선수의 이름을 영문으로 ‘KIM YU-NA’라고 표기하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처럼
‘KOREA’를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각인시켜 놓은 한국인이 또 있었을까? 이런 저런 모습으로 한국을 알린 사람들은 상당수가 있었지만, 김연아 선수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전 세계 인류에게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깊고 크게 각인시켜 준 김연아 선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게 밀려 왔다. 그러면서 추신수 선수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미 프로야구 시범 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추 선수가 미국의 프로야구사에 영원히 기록될 불멸의 스타로 굳건히 서가는 모습을 그려 보면서, 그가 병역 의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포효하고 날 수 있도록 한국에 있는 국민들이 그를 자유롭게 놓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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