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사람을 잃었다.
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한 사람을 보냈다.
고 한주호 준위!
천안함 침몰사고 해역에서 실종된 후배들을 구하려다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들에게 다가
와 국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 고 한주호 준위.
"하루 잠수하면 이틀 쉬어야 한다"는 안전규정도 마다한 채 바다 밑 어둠속에서 떨고 있을지도 모를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며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참 군인이다.
직업 군인인 자신의 뒤를 이어 군 장교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아내의 전화도 "바쁘니까 내일 전화하겠다"며 끊어버린 채 오로지 "내가 앞장서야 따라온다"라는 군 생활에서의 소신으로 점철된 그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슬픈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험한 서해안의 물살과 53세라는 아버지의 나이가 교차되면서 "이제 그만 두시라"고 했던 장교 아들에게 "앞이 안 보여 답답하다. 물살이 너무 세다"며 "어떻게든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준 것에서 그의 군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러기에 한 준위의 죽음은 비단 UDT장병들이나 해군들만을 슬픔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니다.
실종자 가족들조차도 한 준위의 희생 앞에 고개를 숙이며 그의 가족을 위로했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의 희생을 애통해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의 죽음은 우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군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케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문들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 준위같은 군인이 있기에 우리가 군을 믿을 수 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UDT대원의 말을 빌리자면 한 준위의 죽음은 UDT 역량의 30%에 달하는 손실이라고 했다.
물론 과장된 것이겠지만 그만큼 한 준위가 동료나 후배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물론 그의 살신성인의 자세가 바로 우리의 군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애국 애족 애민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한 준위를 보내면서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잠언집 ‘배움’에 나와 있는 삶에 대한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삶에서 성공하는 법은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목표를 두는 것이다.’라는 것이 바로 군인정신으로 뭉쳐진 한 준위가 대한민국의 국민과 군 후배들을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살아간 모습을 대변하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최고의 예우를 갖추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급히 해군장(5일장)으로 격상된 그의 장례식은 그의 삶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음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제 그는 우리 곁을 떠났으나 떠나지 않은 채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가려거든 울지 말아요/ 울려거든 가지 말아요/ 그리워 못 보내는 님/ 못 잊어 못 보내는 님"
고 한주호 준위가 평소 즐겨불렀다는 18번곡인 모 가수의 노래 ‘떠나는 님아’이다.
이 노랫말처럼 우리는 아마 한 준위를 많이 그리워 할 것이다.
그러기에 그를 못 보내고 이렇게 가슴앓이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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