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09년은 다윈이 태어난지 200년, <종의기원>이 출간된지 150년이 되는 해라 세계 생물학계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였었다. 그는 실로 대단했다. 온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Google 에서 “다윈”을 한 번 검색해 보시라. 얼마나 방대한 정보가 있는지. 그런데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다윈에 반대하는 사람이나 단체도 무척 많다는 사실이었다. 유명 연예인의 주위에 팬 뿐만 아니라 “안티”도 많은 것처럼. 혹시나 해서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역시나!
나는 개신교회에서 봉사하는 목회자다. 루터와 깔뱅의 후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과학을 수용했을까? 독자들에게 묻겠다. “여러분은 지동설을 믿습니까? 아니면 천동설을 믿습니까?” (지동설과 천동설이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논외로 하고.) 거의 100% 가 지동설이라고 대답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그 훌륭하신 루터와 깔뱅은 천동설, 그러니까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수용했다. 왜 그러셨을까? 오늘날의 “창조과학회”처럼 성서에 대한 문자적 해석을 옹호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자신의 모국어로 성서를 번역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바로 루터다. 루터 이후 1600년경 이제 종교개혁이 자리를 잡게 되자 성서의 문자적 진리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성서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에 있어서도 실수와 착오가 없다. 진리가 아닌 것은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 알다시피 루터와 깔뱅은 더 신중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생명이 없는 문자가 아니라 오히려 “예수에 기초한 신앙”이었다. 그들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독하는 것에 그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았지만 한편 성서는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천동설을 지지했을까? 이는 다름아닌 당시의 가장 지각 있는 견해(과학)였기 때문이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1543-1600)이후 16세기에 그를 따랐던 과학자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겨우 10명이었다. 그것이 당시의 한계였다.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믿는다 해도 할 수 없다. 자기 맘이니까. 그러나 루터나 깔뱅의 말처럼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회에 목사가 필요한 게 아닌가. 이도 필요없다면 할 말이 없다.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의 중심엔 여러 가지 이슈가 존재한다. 지난 주의 언급처럼 아예 출발점부터가 성립되지 않는 “범주의 오류”도 있다.(성공회의 지적처럼) 이에 또 다른 하나를 지적하자면 바로 “해석”의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더 복잡한지도 모른다. 물론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의 종파는 매우 소수다. 그러나 과소평가할 수 없다. “창조과학”을 어찌 간과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한 사람의 목회자이자 신학도로서 “진화론과 창조신앙”이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쉽지 않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편 노아의 대홍수, 창조의 6일, 1만년도 되지 않는지구의 역사를 지지하는 극단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존재함을 안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다윈주의와 기독교가 한 배를 탈 수 없다. 왜 그럴까? 오늘날의 생명과학자들에게 있어서 진화란 명확한 하나의 사실이다. 마치 물리학자들에게 있어서 “양자물리학”이 명확한 하나의 출발점인 것처럼. 하긴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죽는 순간까지 “양자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자물리학을 발전시킨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위배된다 하여 진화론을 완전히 배격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교회의 생명과학도들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또한 지면을 빌어 “창조과학회”에게 묻고 싶다. “진화론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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