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 경찰관은 선망의 대상이다. 범죄에 맞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관이 되려면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갖춰야 하며 ‘지옥’(hell) 같은 경찰학교(academy) 훈련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 비로소 경찰 배지를 가슴에 단다. 훈련생들은 체력 및 사격 훈련, 호신술, 순찰, 장애물 통과 등 고된 군대식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경찰관으로서 틀을 잡기 시작한다. 본보는 지난 30일 셰리프국 경관 및 LA카운티 내 10여개 로컬 경찰국 경관을 양성하는 셰리프 아카데미를 방문, 훈련생들의 경찰 도전기를 취재했다.
교관 호령 들으며 체력훈련 ‘구슬땀’
18주동안 사격 훈련·법률 등 종합교육
10~30% 중도 탈락… 졸업 ‘좁은 문’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기본
“좀 더 빨리 뛰어라. 그렇게 천천히 뛰면 멀찌감치 도망가는 범죄자를 어떻게 잡겠나”
어둠이 막 걷히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달 30일 오전 6시30분께. 위티어에 있는 셰리프 아카데미 부속 운동장. 지난 3월11일 공식훈련을 시작한 셰리프 아카데미 381기(class 381) 훈련생 17명(남자 11명·여자 6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트랙을 돌고 있었다. 381기 훈련생들은 셰리프가 아닌 카운티 내 로컬 경찰국 지원자들로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면 각 소속기관 경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경찰학교에 입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뚱뚱해 보이는 여자 훈련생이 그룹을 따라잡지 못하고 꼴찌로 처졌다.
한 교관은 “저런 속도로 뛰면 어림도 없다”며 “지금은 훈련 초기단계여서 한 바퀴(0.25마일)를 2분30초에 주파해야 하지만 훈련이 막바지에 이르면 한 바퀴는 2분, 반바퀴는 1분 안에 끊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훈련기간에 체력훈련에서 7번 낙제점을 받으면 자진해서 짐을 싸야 할 정도로 훈련생들에게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트랙 질주를 마친 훈련생들은 잔디로 덮인 필드에서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한 뒤 팔 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각각 20여차례 반복하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다시 트랙으로 나간다.
교관들의 수퍼바이저인 데이빗 웨솔 셰리프국 사전트는 “아카데미에는 제각기 다른 개성과 몸 상태를 가진 남녀가 모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이유로 탈락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클래스 사이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10~30%는 도중하차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달리기 도중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한 한 여자 훈련생이 트랙을 돌던중 절뚝거리고 있었다. 교관 중 한 명이 더 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 훈련생에게 더 이상 뛰지 말고 필드로 돌아올 것을 명령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다른 훈련생들은 죽어라고 트랙을 돈다.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훈련생이 대다수 남자들을 제치고 2등으로 골인,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아카데미 총책임자인 린다 베커 셰리프국 루테넌트는 “여자가 남자들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며 “아카데미 입소 전 몸 관리를 특별히 잘한 케이스”라고 흐뭇해 했다.
오전 7시3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트랙 돌기와 몸 풀기를 반복한 훈련생들이 운동장을 떠나기 전 필드에 다시 모였다. 클래스 리더 역할을 하는 남자 훈련생의 우렁찬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우리는 오늘의 체력훈련을 모두 끝냈다. 앞으로 10분 동안 샤워를 하고 경찰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강의실에 집합하라” 기자의 귀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들린 이 구령도 한 교관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지시를 하나. 뭐가 그렇게 무섭나. 넌 흉기를 소지한 범죄자를 만나면 도망갈 것 같다” 교관의 질책을 받은 훈련생의 얼굴은 나가자빠질 듯한 사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교관들은 아주 터프하다. 훈련기간 내내 훈련생들을 거칠게 다루며 작은 실수를 하거나 동작 하나하나에 허점이 보이면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지난해 입소한 한 훈련생의 경우 호랑이 교관들의 질책에 주눅이 들어 훈련 첫날 자발적으로 보따리를 쌌다고 한 교관은 전했다.
허겁지겁 샤워를 마친 뒤 경찰 제복으로 갈아입은 훈련생들은 앞으로 3시간 동안 ‘살인사건 수사’(Homicide Investigation)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한다. 훈련생 전원이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멋진 경관이 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능력시험 떨어지면 탈락
■셰리프 아카데미는
셰리프 경관뿐만 아니라 글렌데일, 버뱅크, 토랜스, 가디나, 컬버시티, 베벌리힐스, 호손, 잉글우드, UCLA, LA 항만경찰 등 LA카운티 내 10여개 치안기관에서 근무할 경관들을 양성한다.
훈련생들은 월~금요일 오전 6시30분~오후 3시 교육을 받는데 대부분 훈련생들은 새벽 4시 전에 기상, 새벽 5시까지 아카데미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아카데미는 총 18주 과정으로 훈련생들은 ▶형사법 및 교통법 ▶체력 훈련 ▶총기(권총 및 샷건)·곤봉 사용 및 관리 ▶호신술 ▶용의자·피해자·증인 인터뷰 ▶증거수집 및 분석 ▶순찰 및 용의자 체포 ▶리포트 작성 ▶심폐소생술(CPR) 등 성공적인 경찰업무 수행을 위한 종합 교육을 받는다. 배운 것에 대한 필기시험(사지선다형 또는 진위형)과 능력시험 통과는 필수이며 정기적으로 리포트 등 숙제 제출을 요구받는다.
고졸 시민권자 지원 자격
■경찰관이 되려면
LA경찰국(LAPD), LA카운티 셰리프국 등 기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원 지격은 대체로 ▶21세 이상(셰리프의 경우 19.5세 이상) 신체 건강한 자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시민권을 신청한 영주권자 ▶최소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GED 또는 캘리포니아주 고교졸업시험(CHSPE) 합격자 ▶중범죄 기록이 없는 자 등이다. 에세이가 포함된 지원서를 작성해 해당 기관에 제출한 뒤 필기시험과 기초 체력시험, 신분확인,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신체검사, 정신감정, 인터뷰 등에 모두 합격해야 경찰학교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아카데미 훈련 기간에 해당 기관으로부터 풀타임 보수를 지급받는다. 경찰관은 일반 직장에 비해 급여수준(훈련생의 경우 연 5만달러)이 높고 휴가, 연금 등 베니핏도 좋아 4년제 대학 졸업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LA셰리프국 경관모집 관련
문의 (800)233-7889
“예습-복습으로 쉴 틈 없어”
■훈련생 인터뷰
“토요일 아침잠에서 깨면 주말이 다 지나간 것 같습니다”
셰리프 아카데미 381기 훈련생 중 최고령자인 일본계 4세 론 신카이(32)는 칼스테이트 롱비치를 중퇴한 후 소매업계에서 일하다 경찰직에 매력을 느껴 가디나 경찰국에 지원했다. 신카이는 “모든 강의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 가려면 철저한 예습과 복습을 병행해야 하는데 아카데미와 관련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 잠시도 쉴 틈이 없다”며 “경찰관이 되는 것이 이렇게 터프한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UCLA에서 영어로 학사,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재원인 크리스티나 조단(24)은 훈련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잉글우드 경찰국에서 근무하게 된다, 조단은 “공부를 마친 후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는 경찰관들을 보며 ‘바로 저게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말에도 숙제를 하고 리포트를 쓰느라 가족 및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안타깝지만 경찰배지를 다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며 참고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
셰리프 아카데미 훈련생들이 지난 30일 위티어 메인 캠퍼스 운동장에서 실시된 체력훈련에서 트랙을 돌고 있다. <이은호 기자>
론 신카이(왼쪽)와 크리스티나 조단이 경찰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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