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을 갖고 산다. 취재하며 만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일에 열정이 넘치는 사람, 돈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 권력과 이권을 위해 자신의 일을 이용하는 사람, 그 의도가 무엇일까 의심될 정도로 자기만의 동기부여를 하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 세상엔 참 다양한 인간군상이 많다.
‘기자’라는 직업도 세상 수만 가지 일 중의 하나이다. 기자(記者): 기록할 記, 놈 者를 쓴다. 글자 그대로 보자면 ‘기록하는 놈’이 기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기자가 뭐냐고 기자들끼리 ‘격론’을 펼칠 때가 있다. 합의된 공감대라면 기자란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질문할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을 갖고 있는 직업일 뿐이다. 기자의 자세를 놓고는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말은 업계 불문율이다. 기록하는 놈이기 때문에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은 자기가 쓴 기사에 책임질 수 없을 때라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많은 기자들이 자기가 쓴 기사에 책임질 수 없을 때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자기 이름 들어간 기사를 소위 말하는 소설로 만들 때 어디 가서 “나 기자요”라고 말하는 게 창피하다. 반면, 기사를 본 독자들이 한 마디 칭찬이라도 해주면 ‘그 맛’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독자를 위해서, 아직은 2년차인 초년병 기자로 항상 ‘내 기사에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다짐하는 이유이다.
한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만한 직업도 없다. 그래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자를 꿈꾼다. 기자 지망생들은 각자의 신념 속에 서로의 글을 평가하고 신세한탄도 참 많이 한다. 면접까지 가서 떨어지는 이들은 포기할 수 없는 미련 때문에 2년이고 3년이고 언론사 채용시장을 들락거린다. 사람을 만나고 독자를 위해 글을 쓰고 싶어서다.
태평양을 건너 LA에서 시작한 기자생활은 미국이란 나라의 사회 시스템을 직접 취재하는 기회를 줬다. 시청·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 취재, 사회 구성원 인터뷰 등 재미났다.
기자이자 이민자로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지금,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묻는 시간도 많아졌다. 초년병 기자이기 때문에 역량에 대한 욕심도, 의문도 커져만 간다. 내가 쓴 기사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다만 ‘사람다운 기자, 기자다운 기자, 공부하는 기자’가 되고 싶은 바람은 강하다.
감사한 점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는 직업으로 기자라는 직업만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대표부터 길거리 노숙자까지, LA시 의장부터 일선 경찰관, 식당 주인부터 라티노 파트타임 노동자,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한인들…. 강자에 비굴하지 말고 약자에 관대한 인간이 되자고 자신을 채근한다.
김형재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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