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년 전 독일의 금융업자였던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나중에 가장 유명한 금융가문이 되는 자신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 다섯 아들을 유럽의 각 도시로 보냈다. 이번 달 그의 4대손인 데이빗 드 로스차일드 남작은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사상 처음으로 로스차일드 경영권 일부를 가족이 아닌 외부인사에 넘긴 것이다. 지나 수년간 누가 데이빗 남작(67)의 후계자가 돼 이 거대한 금융자문 및 자산관리 회사를 이끌 것인가 금융업계에 소문이 무성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 젊은이들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러나 남작의 29세 된 아들 알렉산더만이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자신과 가족들은 아버지로부터 이 기업을 물려받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여긴다.
27년 근무한 베터런 내부에서 발탁
소유주 데이빗 남작 회장직은 유지
아들의 원활한 승계 위한 일시 포석
데이빗 남작은 은행의 경영구조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로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은 이 회사의 950여 뱅커들을 관리하는 일은 줄이고 고객들에 더 초점을 맞추기 원한다고 밝혔다. 로스차일드의 뱅커들은 기업가 정신이 뛰어나고 집요하게 고객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빗 남작은 이 가운데 로스차일드 근무 27년의 베터런으로 투자은행 부분 공동책임을 맡아 온 나이젤 히긴스를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남작은 가족 왕국의 회장 자리는 유지했다. 두 역할이 나뉜 것은 이 가족 기업 사상 처음이다. 데이빗 남작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 아니라면-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내외적으로 기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며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라는 결론에 달했다. 이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1일자로 시작된 이 변화는 로스차일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라자드의 경영자 브루스 워서스타인이 갑작스럽게 죽은 지 4개월 후 나온 것이다. 라자드는 승계 계획을 세우지 않아 새로운 경영자를 임명하는데 한 달이나 걸렸다. 그러나 데이빗 남작은 역할을 나누기로 한 자신의 결정이 라자드 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히긴스의 임명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우스 런던 출신으로 금년 49세인 히긴스는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지난 1982년 로스차일드에 입사했다. 런던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쭉 이곳에서 일해 왔다. 케네디 어소시에이츠의 경영자인 제이슨 케네디는 “그들이 필요한 것은 배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갈 사람”이라며 “데이빗은 은퇴하는 것이 아니다. 히긴스에 충분한 재량권은 주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60년대처럼 이 가문은 기업의 문화와 성공에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로스차일드는 1815년 나폴레온과 전쟁을 벌인 웰링턴 공작에 자금을 대 큰돈을 벌었다. 이 기업은 이후 여왕들과 황제들, 그리고 정부들에 돈을 대고 자문을 해왔다. 지난 해 로스차일드는 미국정부에 대해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라는 조언을 했다. “로스차일드라는 브랜드에는 이 가문이 키워오고 지켜 온 신비함이 있다”고 한 기업인을 지적했다.
회장으로서 데이빗 남작은 고객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개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히긴스는 36개국 50개에 달하는 로스차일드 오피스 업무를 조정하고 새로운 인재를 찾아내는 업무를 맡게 된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인사들은 이런 역할 분담이 그들의 성격에 따른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한다. 한 전직 로스차일드 직원은 “데이빗은 고객들과 정말 잘 지낸다. 매력이 넘친다. 하지만 히긴스는 고객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지적이어서 고객을 끌어 들인다”고 비교했다. 히긴스의 친구인 롤스로이스사 경영자 존 로즈는 히긴스의 “명료한 사고”가 마음에 들어 이 회사를 계속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요하지 않고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꿰뚫고 들어가 보는 능력이 있다”고 로즈는 덧붙였다.
히긴스에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첫 외부 경영자가 되는 것은 “혁명이라기보다는 진화”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그의 첫 근무 날 아무런 일도 없어 그는 퇴근 후 아내가 새로운 일이 어땠느냐고 물을 때 까지 이것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히긴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마지막에는 이 가족이 컨트롤 하고 문화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로스차일드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일부 라이벌들보다 영업을 잘 했다. 주로 인수, 구조조정, 부채 및 에퀴티 매각 같은 틈새에 집중한 결과이다. 2009년 3월까지의 회계연도에 순익은 2억1,600만 파운드(2억9,100만달러)로 88% 줄었고 총수입은 16억파운드에서 13억파운드로 감소했다.
로스차일드는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장부상으로 거대한 자산이나 부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경쟁사들은 현재 이것을 줄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들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상품과 통화 같은 비즈니스는 다루지 않는다.
히긴스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추가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으며 현재의 상품들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쪽 비즈니스와 전 세계적인 프라이빗 뱅킹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 내 인수합병 부문의 선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로스차일드는 최근 미국회사인 CF인더스트리 홀딩스의 비료회사인 테라 인더스트리 47억달러 인수에 자문역할을 했다.
히긴스는 현재 120명인 북미지역 뱅커들을 10명 이상 증원하고 다른 지역은 축소할 계획이다. 7년 전까지 따로 운영되던 프랑스와 영국 영업망은 데이빗 남작에 의해 조금씩 통합돼 왔는데 히긴스는 여전히 중복기능이 많아 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직원은 히긴스의 가장 큰 과제는 파리, 런던, 그리고 다른 지역 간의 보상체계를 정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차일드 뱅커들은 주식이나 옵션이 아닌 현금으로만 보상받으며 수익 목표를 달성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고객을 끌어 왔느냐에 따라 보상수준이 결정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히긴스의 승진이 2008년 입사해 프라이빗 에퀴티 부분에서 일하는 알렉산더 드 로스차일드가 승계할 정도로 나이 먹을 때까지의 일시적인 변화일 것으로 본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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