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on Ice’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공연을 한 것은 아마1959년이었을 것이다. 그 때에는 조천백자가 figure skating 내셔널 챔피언이 되어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figure skating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무렵이기도 하였다.
그 당시 나는 천안여고의 학생이서 학교의 수업 때문에 아이스 쇼를 구경하러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유명한 아이스 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절대로 없었으므로 신세대의 사고를 지니셨던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생전에 해보지 않았던 결석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학교에는 여선생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그 시절에는 2년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시골학교에 배치되어 교사가 되신 분들이 많았다. 우리들은 선생님들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았는데, 함께 과수원으로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여선생님들 몇 분과 친하게 지냈었다.
학교의 모범생이며 학교 호국단의 간부이기도 하였던 나와 나의 친구가 여선생님들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는 토요일에 학교를 빠지기로 하였어요.” “왜, 학교를 빠지고 무엇을 하려는건데?” “Holiday on Ice 가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러 가려면, 학교를 빠질 수 밖에는 도리가 없거든요.” “ 아니, 얘들아. 아이스 쇼를 보러 간다고? 그것을 보러가면서 너희들만 가면 어떻하니? 우리도 함께 가게 해다오. 제발 부탁해.” 그래서 우리는 세 분의 여선생님들과 학교를 빠지면서 아이스 쇼를 보려고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광화문 앞 넓은 광장의 빈 터에 사람들로 가득찬 커다란 천막이 세워졌다. 우리는 아이스 링크에 쏟아지는 조명등만 보고 쇼가 시작도 되기 전에 넋이 다 나갈 지경이 되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찬란한 조명장치는 우리가 이제 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화려한 figure skater들의 쇼는 모든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쇼의 중간에 스케이팅을 하면서 얼음을 청소하러 나온 사람들 까지도 훌륭하게 보였다.
그리고 가장 감격을 하였던 것은, 깜짝 쇼 처럼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색동저고리와 짧은 치마를 입고 찬조출연으로 skating을 하던 조천백자의 모습이었다. 구경을 왔던 모든 한국인들은 얼마나 마음이 흐믓하였던가. Holiday on Ice의 무대에 선 우리나라의 figure skating 참피언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서 못견딜 지경이었다.
그 때에는 설마하니 50년이 지난 다음, 우리나라의 선수 김연아가 올림픽의 figure skating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나간 세월은 마침내 우리들의 자존심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겨주었다. 우리의 자녀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이름을 날릴 때, 한국인의 자긍심이 펄펄펄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운동선수들, 학문에 매진하는 사람들, 한국의 제품들, 지금은 우리가 알지 못하나 앞으로 세계 방방곡곡에 이름을 나타낼 많은 학국의 인재들. 그들이 어느 날 그 잠재된 재능을 불현듯 보여주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를 매료시킨 ‘Holiday on Ice’의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 그 라이트가 우리의 자손들에게 비추인다. 이 확실하고 분명한 사실에 나는 마음이 떨려온다. 이제는 우리가 자신을 갖고 세계를 누비며, 우리의 수준과 고상한 품위를 만방에 알릴 때가 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쓰레기더미에서 피어난 장미라고 누가 말하였던가. 우리의 장미꽃은 그 향기를 오랫동안 지닐 일이다. 그것은 우리속에 감추어졌던 본래의 향기가 아닐 것인가. 우리를 찾아온 봄. 이 빛나는 계절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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