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이 보장돼 한인노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저소득층 노인아파트. 요즘 노인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인아파트 입주가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체험해 봤다.
아리랑·앤젤러스 플라자 등 아예 신청도 못해
여러군데 복수신청… 꾸준히 연락 취해야
■강한 인내심 필수, 10년 이상도 기다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을 기다려야 한다네요. 입주할 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LA지역 저소득층 노인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한인노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는 하소연이다. 노인아파트 입주가 그렇게 어려운가? 몇몇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현실을 짚어본 결과 정답은 “Yes” 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오전. 할리웃에 있는 아리랑 노인아파트를 찾았다. 총 75세대로 4분의3이 한인가정이었다. 입구에서 매니저 사무실 버튼을 누른 뒤 방문목적을 밝히고 한인 매니저 머빈 정씨를 만났다.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 지난 3년 동안 입주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며 “언제 자리가 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한인타운 8가와 웨스트모어랜드 인근 비스타 타워(Vista Tower). 역시 한인 다수거주 아파트로 총 200세대. 주차장이 비좁아 더블파킹을 하고 오피스로 뛰어갔다.
미국인 매니저에게 부모를 대신해 입주신청을 하러 왔다고 말한 뒤 신청서 양식을 얻었다.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훑어보니 내용이 복잡했고 2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도 만만치 않았다. 영어가 서툰 대다수 한인노인들은 자력으로 신청서 작성조차 못할 것 같았다.
“대기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묻자 매니저는 아파트 폴리시 운운하며 답변을 거부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다운타운 소재 앤젤러스 플라자로 향했다. 이곳은 LA지역 노인아파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1,320세대 중 450세대가 한인이다. 한인친목회(회장 조병희) 사무실이 별도로 있고 편의점, 식당, 영화관, 당구장,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 조깅시설, 배드민턴장, 한인 소셜워커가 상주하는 사회복지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입주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대기자는 무려 1,800명. 기다리는 시간은 최소 3~5년이라고 사무실 관계자는 말했다. 엄청난 대기자수를 반영하듯 1층 로비 오피스 창문에 영어, 한국어, 중국어, 스패니시로 ‘더 이상 입주신청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 14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모(78)씨는 “나도 4년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입주했다”며 “지금 이사 들어오는 사람들은 7~8년을 기다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앤젤러스 플라자 입주를 희망하는 양모(75)씨는 “빠르면 내년 말 대기자 명단이 다시 오픈될 것이라고 들었다”며 “여러 아파트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입주가 힘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입주 자격은
정부가 렌트비를 보조해 주는 저소득층 아파트 중 입주자격을 노인에게만 한정하는 아파트를 편의상 노인아파트라 일컫는다. 현재 LA카운티에 총 500여 건물에 2만여 유닛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노인아파트의 경우 만 62세 이상(일부는 55세 이상)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 노인에게 입주자격을 부여한다. 보통 소득은 카운티 연 가구 중간소득의 80% 이하(1인 4만4,400달러·2인 5만750달러)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부부가 입주를 신청할 경우 배우자 중 1명이 62세 이상이어야 하며 연방정부 생계보조금(SSI), 소셜시큐리티, 자녀가 주는 용돈 등 반드시 고정수입이 있어야 한다. SSI가 주 수입원인 경우 빈곤층에 해당돼 노인아파트 신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파트마다 입주 자격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청은 어떻게
발품을 팔아야 한다. 희망자는 해당 아파트 오피스나 관리업체로부터 입주신청서 양식을 받아 작성한 뒤 아파트 측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소셜카드, 영주권 카드, 웰페어 증명서, 신분증, 3개월치 렌트비 영수증 등)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아파트 측에서 6개월~1년마다 ‘아직 해당 아파트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고 회신이 없을 경우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있어 우편물을 꼼꼼히 체크해 관심이 있다고 표시한 뒤 보내야 한다. 한미사회봉사회 최병태 회장은 “여러 아파트에 복수지원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현재 대다수 노인아파트의 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본인이 꾸준히 정보를 수집해 업데이트하면 입주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렴한 렌트비
노인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저렴한 렌트비와 또래 노인들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 때문이다.상당수 노인아파트가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이 렌트비 일부를 보조해 주는 섹션 8(Section 8) 건물이다. 이 경우 거주자 월 수입의 30%가 렌트비(전기세·수도세 포함)로 책정되며 부족분은 정부가 지불한다. 예를 들어 월 수입이 800달러이면 렌트비는 240달러인 셈이다. 앤젤러스 플라자 1베드룸에 거주하는 박익수(76·1인가구)씨는 월 237달러, 김병재(74·2인가구)씨는 491달러의 렌트비를 내고 있다.
<구성훈 기자>
■노인아파트 관련 정보 및 신청서 작성도움 제공기관
한인타운연장자센터 (213)739-7888
한미사회봉사회 (213)219-4645
한인건강정보센터 (213)637-1080
샬롬센터 (213)380-3700
노인복지회 (323)737-7944
■LA카운티 노인아파트 및 저소득층 아파트 목록
www.hud.gov/groups/seniors.cfm
(연방주택도시개발국)
www.hacla.org/proplist(LA시 공공주택사업국)
www.koreansocialservice.com(한미사회봉사회)
http://lahd.lacity.org(LA시 주택국)
LA다운타운 앤젤러스 플라자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노인들이 아파트 내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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