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 전체 한인을 대표한다는 LA 한인회가 회장선거를 앞두고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 선거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번 선거는 한인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 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화제에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옹색한 LA 한인회가 이번에는 한 지역 한인회의 투표소 설치 반대에 부딪쳤다.
LA동부 지역과 인랜드 지역을 관장하는 동부한인회 측은 LA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LA동부 지역에 투표소를 설치하는데 반대한다며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동부 한인회 측은 LA 한인회장 선거 1주일 뒤인 29일 동부 한인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 지역 한인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지역 대표성을 둘러싼 갈등이 더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LA 카운티 전체 한인사회를 대변한다는 LA 한인회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투표소 설치를 반대하는 동부 한인회의 진짜 주장인 셈이다. LA 한인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남가주 전체를 대표하는 남가주 한인회로 출발했으나 20여년 전부터는 LA카운티로 관할지역이 축소됐다.
이 와중에 10여년 전부터는 LA동부 지역 등 외곽지역으로 한인 유입이 늘면서 동부한인회가 들어섰고 노스리지 대지진을 전후해 밸리한인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세리토스·풀러튼 지역을 거점으로 한 중부한인회도 활동을 시작했다. 또 지난해 산불을 계기로 라크레센타, 라카냐다에서도 한인회가 태동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LA 한인회의 설자리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데에는 카운티 대표단체로서 전혀 지도력을 발휘 못한 LA 한인회의 부실한 지도력이 큰 몫을 했다. 말로만 카운티 대표성을 주장할 뿐 그간 지역 한인회들을 아우를 협의체 하나 구성하지 못했고 LA카운티 전체 한인사회를 대변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LA 한인회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LA 코리아타운으로 위축시켜 왔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면 동부한인회의 투표소 반대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번 동부한인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또 다른 지역 한인회들로부터도 배척받지 않기 위해서는 LA 한인회는 자신의 정체성과 위상에 대한 진지한 자성이 필요하다. 지역 경계를 놓고 정관만을 들먹이기보다 한인사회를 제대로 대변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매번 각 지역 한인회들과 지역 싸움을 벌이기보다 차제에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관할지역을 LA 코리아타운으로 스스로 축소해 새롭게 출발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 국회의원 선거 기탁금보다 7배나 많은 한인회장 기탁금 액수가 한인회의 지역 경계를 넓혀 주거나 한인회장의 능력을 보장해 주진 않기 때문이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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