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즈라는 캔사스주에서 온 체구가 동양인 같이 왜소한 노인이 큰 RV를 타고 왔다. 그는 나를 보고 대뜸 “한국 사람이지?”라고 물으며 6.25 참전용사라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프레스노에 있는 한국전 참전박물관에서 있을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 한국인이 경영하는 RV 팍에서 머물게 되니 감회가 깊은 모양이었다.
그는 내가 준 우리 팍 지도대로 RV를 세워 놓고 할 말이 있다며 사무실로 왔다. 그는 참전 후 내내 한국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한국의 우수한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보고 올림픽을 개최했는데도 전쟁의 참상만 각인되어 있는 뇌로써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단다. 그런데 작년에 제비를 잘 뽑아 한국 정부 초청으로 완전 딴 나라가 된 한국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요술쟁이 같은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단다.
2년 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뉴스로 봤을 때는 한국전에서 희생당한 동료들을 위해 그런 반미 인사들을 만나 따지려고 했지만 한국 정부의 극진한 대접으로 그만 참고 말았다며 웃었다.
그런데 최근 천안함 사건을 주시하면서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라고 결론을 내렸단다.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며 사과를 받으려고 전 세계 우방이 북한을 지탄하는 성명을 내고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어쩌면 침범 당한 한국의 야당 정치인들과 전 정권지지자들은 오히려 조작극이라며 북한과 입을 맞추고 있으니 그 사람들도 한국 사람이냐며 고개를 흔들었다.
한국의 여·야당은 생각이 다른 정당이 아니라 적과 적의 대결 같고 특히 현 야당은 이북의 노동당 같다며 한국은 외적보다 내적이 더 무서운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적을 부인하며 10년 동안 한·미 군대를 약화시킨 사람들이 지금 안보를 따지고 있으니 그런 정치꾼들이 판을 치게 놓아두는 나라 이상하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이 사업을 하면서 나는 많은 6.25 참전 미군용사들을 만났지만 휴즈 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그가 살고 있는 캔사스 연방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은 탈북자들을 도우며 북한 인권법을 미 상원에서 통과할 수 있게 한 한국통인데 휴즈는 그와 같은 교회를 다녀서인지 어느 누구보다 북한과 한국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천안함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보면서 국가의 명령을 받고 남의 나라 전선에서 죽어 성조기하나 덮고 와서 빛 없이 묻혀 있는 옛 동료들을 생각하며 한없이 울었단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우리 군인들의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6.25 때 희생당한 유엔군들의 목숨도 고귀하다. 나는 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라는 말로 굽실거릴 뿐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이룬 오늘 대한민국의 발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전시도 아닌 때에 시시각각 틈을 노리다가 침범하는 적을 앞에 두고 오히려 적의 편에 서는 정치인들과 국민이 있는 나라는 정말 이상한 나라가 아닐까. 정당은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된다는 사실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득실거리는 이상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성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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