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들이 팔리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일부 한인 마켓들에서 파는 수입 냉동제품에 유통기한이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거나 원산지가 애매모호하게 표시된 제품들이 많다는 보도를 한 것도 모두 한인 소비자들의 제보가 바탕이 됐다.
이런 제보들을 받고 한인타운 내 마켓들을 직접 일일이 돌며 확인한 결과는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아무리 냉동된 것이라지만 일부 수입 생선제품들 중에는 포장에 찍힌 유통기한이 1년이나 지난 것도 있었고, 어패류 냉동제품 중에는 유통기한이 아예 표시돼 있지 않거나 또는 없앤 흔적이 있는 것들도 발견됐다. 모두 유통기한이 지났을 거라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한 마켓들의 해명은 다양했다. “제품을 한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해서 마켓들에 공급해주는 유통업체들을 믿고 물건을 받았을 뿐이다”라거나 “유통업자들이 속이는 경우도 있다.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제품 하나하나의 유통기한이나 원산지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는 식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수입·유통업체들의 말을 들어보면 좀 이야기가 다르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마켓들 중에는 일부러 싸게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물건을 사재기해놓은 뒤 파는 경우가 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들을 매장에 내놓고 파는 것은 마켓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켓과 유통업체들의 입장이 차이가 있지만 결국 유통기한 만료에 가까운 물건들이 유통이 되고 있다는 것인데, 마켓들에서 터무니없이 세일을 하는 제품들은 이런 물건들일 가능성이 많다고 소비자들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도가 나간 뒤에도 일부 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팔리고 있다는 제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는 한 마켓에 진열된 포장 군밤 제품을 구입해 먹으려고 보니 유통기한이 한 달 정도나 지나 있었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제보자들은 대부분 한인 마켓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요즘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는 한국 고유의 음식과 그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심이지만 거기에서만 그친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국산 식료품과 한인 마켓들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 모두 한국음식을 알리는 첨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통기한이나 원산지 표시 등과 같이 소비자가 정확히 알아야 할 제품 정보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는 방식으로 팔리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 최대 한인사회인 남가주의 한인 마켓들에서 판매되는 식료품들의 품질이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할 것이다.
양승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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