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라면이 한국 시판 제품과 다르다는 제보를 받고 나선 취재의 결과는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중단된 화학조미료 MSG(L-글루탐산나트륨) 첨가 제품이 수출용으로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인 마켓들에서 팔리고 있는 수십 종류의 한국 라면들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시판 제품의 80% 가량이 소위 ‘MSG 라면’이었다.
라면 제조사들의 설명은 이랬다. MSG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MSG를 대체하는 다른 조미료 성분이 들어간 스프를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한국 국내용은 물론이고 미국 등으로 나가는 수출용도 이같은 MSG 없는 라면을 유통해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미국의 연방 식품의약청(FDA)의 첨가물 규정이 강화돼 라면의 대체 스프에 첨가돼 있는 일부 성분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고육지책으로 미국 판매용 라면에는 다시 MSG를 첨가한 스프를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로 널리 쓰여 온 MSG는 사실 미국 내에서는 사용이 승인된 성분으로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에 첨가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과다 섭취시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이 보고되면서 유해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고, 이에 따라 시판되는 가공식품이나 요식업소들에서는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No MSG’ 표기가 유행할 정도로 먹거리 소비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더 이상 팔리지 않는 MSG 첨가 라면이 미국에서는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점이 한인 소비자들에게는 의아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미국 FDA의 규정 강화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하지만 모두 식품 대기업들인 라면 제조사들이 정작 한국에서는 ‘No MSG’임을 강조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당에 미국에서는 MSG를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노력 없이 원래 MSG 라면으로 돌아갔다는 게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미국의 한인 소비자들을 경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더욱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라면이 모두 MSG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 점도 이들 기업들의 자세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게 한다. 미국내 시판 라면의 전량이 한국에서 수입되는 한 브랜드는 미국내 제품도 100%가 ‘No MSG’다. 어느 기업에서는 가능한 일이 다른 기업에서는 왜 빨리 안 되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대응법은 분명하다.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기업에 항의하고 쟁점화 시키는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 주는 대로 먹는 소비자들에 대해 기업이 나서서 돈들이고 시간 들여 문제를 개선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주현 /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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