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사라진 서울 거리는 다시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가 화제의 중심인 듯, 택시기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한 마디씩 한다. 여당이 천안함 사건을 지나치게 팔아서 반감을 샀다, 전쟁에 끌려 나가기 싫은 젊은 세대의 반란이다, MB가 독불장군 식으로 나가서 미움을 샀다, 집권당에 대한 견제다 등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모두가 내리는 결론은 민주당도 한심하고 한나라당도 한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라고들 한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던 나도 문득 아, 지금이 위기인가 하는 느낌에 곰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선 이번 선거부터 아주 주관적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평소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사람들 중 하나는 도지사가 되었고 또 하나는 서울 시내 구청장이 되었다. 이들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사리사욕 없이 열심히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일할 자질이 있다고 보인다.
나이 탓인지 어느덧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한국사회 내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위치에 올라 있다. 학계, 문화계, 언론계, 정계, 금융계, 관계 등등에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줄서기 갈은 것을 할 줄 모르면서도 인정을 받아 요직을 맡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한국사회가 많이 투명해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절대다수의 훌륭한 인재들이 사회 곳곳에 박혀 묵묵히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가끔씩 내가 구경꾼으로 참석하는 전·현직 정계 보좌관들 모임에서 그들이 말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들을 두루 보좌해 온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는 것이라고.
제대로 된 주인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세종대왕 같은 인물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꾸준히 실력을 쌓았고 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지만 왕위에 오를 입장도 아니었고 본인 스스로 집권의지도 없었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임금이 되자 정말로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고 국위를 선양하는 현명한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현재 한국에 있나요?”라는 물음에 자신들은 그렇게 본다고 대답한다. 어디 꽁꽁 숨어 있나 보다고 내가 말하니 “우리 눈앞에 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요” 한다.
그들의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일단 정치에 아마추어가 아닌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는 사실과,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적임자를 지도자로 선출할 수 있도록 여야를 떠나 모두들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들의 건전함에 어쩔 수없이 고무되었다.
짧은 시간 내 멋대로 행한 지극히 제한된 표본조사 결과일망정, 거기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김유경 / Whole Wide World In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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