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이민단속법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결에도 과달루페 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히스패닉계 빈곤층 이민자가 대부분인 애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의 과달루페 마을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이민단속의 공포 속에 살아간다.
지난 5월 이민단속법 항의 집회 참석을 위해 애리조나를 방문하고 돌아온 한 한인 활동가가 전한 이 마을의 일상은 이렇다.
“지역 경찰인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의 이민단속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11살 된 어린이가 대낮에 셰리프 경관에게 강제 연행되는가 하면 80대 할아버지도 자기 집 뒤뜰에서 이민신분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곳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순찰 조를 짜서 매일 밤 1마일이 채 안 되는 마일을 순찰한다. 매일 저녁 순찰을 도는 두 대의 차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차에는 항상 충전된 비디오카메라가 준비되어 있다. 무분별한 단속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다”
연방법원의 명령으로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은 힘이 빠졌지만 미 전국 곳곳에서는 오늘도 과달루페 마을과 유사한 경찰의 이민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경찰의 이민단속 참여를 허용한 연방 이민당국의 287(g) 프로그램 때문이다.
287(g)는 이민 당국과 협약을 맺은 지역경찰이 범죄용의자의 체류신분을 확인해 통보하는 불법 이민자 단속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참여하는 지역 경찰들의 무차별적 이민 단속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빈발해 끊임없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나 과달루페 마을과 같은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과달루페의 상황은 마리코파 셰리프가 287(g)를 가혹하게 적용하는 탓도 있으나 최근 급속도록 악화되고 있는 미국의 이민자 현실을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포괄이민개혁 추진이 지연되면서 이민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0여개 주가 애리조나식의 이민단속법 제정을 추진하는가 하면 45개주가 이민단속 관련 주법제정에 나섰고 287(g)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지역 지역경찰도 26개주 460여개에 달한다. 이뿐 아니다. 연방정부의 이민단속도 날로 강화해 올 한해 이민자 40만 명이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확산 추세다.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에 많은 미국인이 분노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속내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70% 이상의 미국민이 애리조나식 이민단속을 찬성한다는 각종 여론 조사결과가 그렇다.
이처럼 반이민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민자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한 포괄이민개혁안의 지연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포괄이민개혁 추진 지연이 애리조나식의 이민단속 시도를 불러왔고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와 같은 가혹한 이민단속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같은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은 이제라도 포괄이민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과 뚝심으로 포괄이민개혁에 나서야 제2의 애리조나를 막을 수 있고 과달루페의 단속 공포를 끝낼 수 있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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