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한국축구 체질 개선 선언
즐거운 축구…젊은 피 실험서도 성공
“무책임한 크로스는 절대 하지 마라. 측면 공격수가 볼을 잡으면 중앙 미드필더들은 볼을 받으러 나가라”
조광래호의 첫 출항은 말 그대로 기분 좋은 연착륙이었다.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시종 팬들을 즐겁게 하는 멋진 축구로 나이지리아를 2-1로 꺾고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기분좋은 승전고를 울렸다. 승리도 승리지만 젊은 선수들이 대거 투입된 경기에서 짧고 빠른 패스워크와 찬스를 만들어내는 위협적인 스루패스로 무장한 ‘조광래 축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무책임한 크로스 절대 금지
스로인으로 선취골을 어시스트하고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최고 활약을 펼친 최효진은 경기 후 “조광래 감독이 절대 무책임한 크로스를 띄우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승렬은 “세밀한 패스를 원하고 볼을 띄워서는 안 된다는 게 조광래 감독님의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소집 후 조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중 하나도 공격시 공중볼을 자제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조 감독의 구상은 공격방향을 바꾸기 위한 대각선 패스 외에는 크로스를 하지 말고, 패스는 항상 미드필더를 거쳐 전방의 박주영, 박지성, 조영철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으로 볼을 내줘 골 기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지성의 수비수 사이를 뚫는 스루패스를 최효진이 결승골로 만든 것이 바로 ‘조광래 축구’의 본보기였다.
◇윤빛가람-기성용 ‘든든한 허리진’
‘컴퓨터 링커’ 출신 조광래 감독은 스페인 스타일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추구한다. 따라서 중앙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조 감독이 믿고 꺼낸 카드는 윤빛가람이었다. 경남 소속으로 이미 조 감독에게 조련을 받아온 그는 이날 선제골을 뽑고 풀타임을 뛰면서 기성용(셀틱)과 함께 중원을 든든히 지켰다. 대표팀 관계자는 “소집훈련을 하면서 조 감독이 원하는 전형적인 미드필더가 별로 없었다. 기성용-백지훈(수원) 조합도 생각했지만 둘 다 공격적 성향이 강해서 경기조율과 패스능력이 좋은 윤빛가람이 기성용의 파트너로 선발출전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기성용에 대해선 수비 가담에 대한 주문과 윤빛가람과의 호흡을 많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방 수비수가 맨투맨 방어를 하고 있는지, 자유롭게 있는지 빨리 파악해 미드필더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경기 중에 뒤쪽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느냐는 게 조 감독의 지적이었고 이를 기성용이 충실이 이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중원 장악의 시발점이 됐다. 조 감독은 경기 후 기성용에게 “오늘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젊은 피 실험
이날 윤빛가람, 김영권, 홍정호, 조영철 등 4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기용됐는데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선제골의 주인공 윤빛가람은 대표팀의 새로운 황태자 후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고 조영철도 힘과 스피드가 좋다는 인정을 받았다. 수비수들인 김영권과 홍정호도 조 감독으로부터 “이정수와 조용형, 곽태휘의 대타로 올라설 수 있는 수비수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해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수비수”라는 칭찬을 받았다.
반면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승렬과 백지훈은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반에는 박지성과 조영철이 중앙으로 파고들며 유기적인 공격을 했지만 후반에 이승렬과 백지훈이 투입된 뒤 좌우로 많이 퍼지는 공격 형태를 보였다”면서 “조 감독도 ‘소속팀에서 하던 경기스타일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만큼 대표팀 전술에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승골을 터뜨린 최효진(오른쪽)이 첫 골 주인공 윤빛가람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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