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19세, 용모는 어려 보이나 푸른 눈동자가 빛나는 미남형, 말을 잘 못함. 절도 전력-수퍼마켓 및 식당 음식 절도 부지기수, 자동차와 보트 절도 다수, 비행기 절도 다섯 번. 마지막으로 인디애나에서 세스나기를 훔쳐 대서양의 바하마까지 단독비행하다 불시착해 음식을 훔쳐 먹고 훔친 보트로 도망하다 연방 범죄수사대의 연락을 받은 바하마 해양경찰에 포위 체포돼 맨발에 족쇄가 채워지고 두 손이 뒤로 묶여 전세계 언론의 집중 포커스를 받았다.

이 희대의 지능형 도둑은 맨발로 다녔고 가는 곳마다 커다란 발을 분필로 그려놓고 항상 경찰이나 연방수사대(FBI)보다 한발 앞서 수사망을 피해왔다. 나중에는 FBI가 1만달러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으나 밴쿠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새치기로 들어가 올림픽 구경을 했고 곧바로 훔친 차를 몰고 비행장으로 가 훔친 비행기로 아이다호로 남향 비행해 불시착했고 거기서 또 훔친 비행기로 인디애나 등지를 돈 한푼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남을 상해하거나 파렴치한 범죄는 전혀 저지르지 않았기에 그저 배가 고프고 보트나 비행기를 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사춘기 소년형 범죄로 보는 네티즌이 많은 것 같다.

비행기 조종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비행기를 다섯 번이나 훔쳐 이륙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있는 비행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보고 혼자서 배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 조종교육을 받아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비행장에 착륙하면 필경 경찰에 체포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인지 매번 이륙은 제대로 했지만 착륙은 들판에 불시착한 것으로 기록됐다.

1,000마일이 넘는 바하마까지의 비행은 경력이 상당한 베테랑 조종사들도 꺼리는 장거리 비행이고 또 해양성 기류 때문에 특히 신경을 쓰고 날아야 한다. 비행경로를 전혀 교육 받지 않은 사람이 날았다면 그 사람은 천재이거나 아니면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천재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물리학과 수학의 기본지식이 절대로 필요하고 타고난 지능이 있어야 한다. 비행 생리학에서는 지식과 지능을 구분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 ‘맨발의 도둑’은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의 모진 학대 속에 자랐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그의 학습과정이나 속도는 천재적이고 뭔가 하고 싶은 일에는 보통사람들이 따를 수 없는 창의력을 쏟는다.

만일 이 ‘맨발의 도둑’이 빌 게이츠와 같이 좋은 가정에서 자랐다면 얼마나 크게 성공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젊은 시절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노숙자로 떠돌면서 방황하던 스티브 잡스 역시 창의력에는 천재이고 아직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입시경쟁 속에서 틀에 박힌 교육이 체질이 된 우리의 두뇌에 비하면 이 ‘맨발의 도둑’은 앞으로 좋은 환경만 제공 받는다면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많은 출판사와 영화사가 엄청난 금액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범죄는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법정의 검사 입장에서 이 기사를 취급하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가난이 싫어 소를 훔쳐 서울로 달아난 한 청년을 절도죄로 몰았다면 오늘 한국의 경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석화
유타대 교수ㆍ항공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