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유학생 출신으로 LA 인근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한인 유니스 선(25·가명)씨. 그녀는 두 차례 이혼을 한 두 아이의 엄마다. 학교 성적도 좋았고 평상시 성격도 원만했지만 자녀만 낳으면 성격이 돌변해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했다.
선씨를 상담한 심리상담 전문가는 “사춘기 시절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 가디언 가정에서 받은 핍박 등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자녀에 대한 집착이 병적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현재 그녀는 전문가의 치료를 받고 있다.
# UC계열 대학에 다니고 있는 조나단 최(22·가명)씨는 학교에서 소위 ‘왕따’다. 중학교 2학년 때 LA 동부로 혼자 유학을 온 그는 한인 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더니 대학생이 되어서도 친구가 없다.
전문 상담가는 최군을 만난 뒤 “학창시절 인종차별을 받은 최군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고 스스로 폐쇄형 인간으로 변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조기유학이 빚어낸 대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애정결핍·사회성 결여 등 뒤늦게 표출
“청소년기 자아·성격형성 문제 탓” 지적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들이 겪는 성장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유창한 영어 구사와 미국의 우수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기대로 부모에 의해 유학길에 올랐던 조기유학생들이 성인으로 자란 뒤 각종 부작용 속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몰려온 조기유학생 1세대들이 이제 20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되면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들이 표면 위로 드러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닌 타인의 손에서 성장한 조기유학생들의 경우 부모 밑에서 자란 학생들보다 자신감이 결여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등 성격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며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도 사회 활동을 하면서 이런 문제가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해외로 출국한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00년 4,397명에서 2008년 2만7,349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2000년 이후 누적 집계된 조기 유학자 수만 총 15만4,345명이다.
이처럼 매년 많은 한국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떠나고 있지만 이들은 학업 성적과 해당 국가의 언어 능력 향상에만 집중된 관심을 받을 뿐 사춘기 10대 청소년으로서 자아 및 성격 형성에 대한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상당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인기독교상담소 염인숙 소장은 “엄마와 아빠의 가정 내 역할, 부모로부터의 내리사랑 등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아 혼란 및 문화적 갈등을 겪은 뒤 사회에 나와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학벌과 직업 등 외형적인 성공만 지향하는 의식구조와 부부 중심이 아닌 자녀 우선의 한국적 가족관계가 온전한 가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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