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경기가 끝난 후 다음과 같은 대화를 상상해 본다. 토끼가 말한다. “왜 꼭 한 번의 경주로 승패를 정하는가. 난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다.” 거북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
드디어 토끼와 거북이 나란히 출발점에 섰다. 이번 경주의 승패는 아직 미지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그들이 가진 또다시 출발하겠다는 굳은 의지뿐이다.
‘출발’은 길을 떠나거나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본인이 원할 때 어디서나 아무 때거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빈도는 상황에 따라 본인의 의지가 결정한다.
출발은 새로운 방법의 모색,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 구조적인 체계 개편, 조직원의 연구심 함양...등 개인이나 단체의 성장을 지향하는 활동의 시작을 말한다. 그러니까 앞에 예거한 욕구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으며 출발의 시기나 형식은 개인의 결정 사항이 된다.
하지만 사회에는 일반적인 출발점도 있다. 세시기적인 것으로 ‘설날’이 있고, 제도적인 것으로 학제가 있다. 초중고등의 학습을 끝내면 대학에 진학하는 학교의 제도에 따라 학생들은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새 출발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과거를 정리한 새 방향이 새 희망을, 새 희망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새로운 에너지는 미래로 이어진다. 새 출발은 오래 묵은 잡동사니나 헝클어진 실처럼 오락가락 하는 상념들을 정리하여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새 출발은 기쁨이다.
미국의 9월은 새 출발의 계절이다. 대학 신입생은 정든 부모의 둥지를 떠나 자립생활을 하는 새 출발을 한다. 초중고등학생들도 한 학년씩 진급이 되며 각자의 성장에 긍지와 책임을 느끼게 된다. 주위의 가족들도 직장이나 생업을 위해 새로운 의욕을 불태우는 계절이 바로 가을의 초입 9월이다.
새 출발이 개인이나 단체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성과를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만약 지금은 실패를 하였더라도 앞으로 좋은 반성 자료가 된다면 그것도 귀한 성과로 본다. 그래서 새 출발을 할 때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디디며 힘차게 걸음을 옮길 것이다.
새 출발을 두려워할 것은 없다. 생활의 타성을 지키며 불만의 나날을 보내는 것보다는 용감하게 새 출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랜 세월을 흘려보내고 나서 ‘가지 않은 길’을 후회스럽게 건너기 보기보다는 한 번 그 길에도 발자국을 남김이 좋을 듯하다.
고전 동화들이 가진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유럽 방면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학생들에게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을 읽고 난 감상을 묻는다. 그전 학생들은 느리지만 끈기 있는 거북처럼 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요즘 학생들은 다르다. “토끼처럼 재빠르고 거북이처럼 노력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현대적인 답을 한다. 이런 경향에 있는 학생들의 새 출발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쪼록 다양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새 출발이길 바란다. 새 출발은 건강한 자극이고 밝은 미래로 다가서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허병렬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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