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작년 1월 취임 이후 올해 3월말까지 14개월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과 면담한 것은 최소 35차례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만난 것은 최소 25차례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것은 최소 38차례로 확인되고 있다.
중차대한 법안의 처리를 위해 집권 여당의 지도부와 접촉한 것보다 월가의 대표적 CEO와 만난 사례가 더 많은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는 14일 재무부가 공개한 가이트너 장관의 공식 면담일정표를 토대로 등장인물들의 빈도를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야당지도부와 가진 접촉 사례는 가뭄에 콩나듯 하는 정도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의 이름이 가이트너의 면담 일정표에 등장하는 것은 취임 직후인 2009년 2월 딱 한번이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의 이름은 올해 1월까지는 단 1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다수결 투표로 법안이 처리되는 의회 메커니즘 때문에 가이트너 장관이 소수당인 공화당 지도부와 특별히 정책을 협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CEO들과 만난 사례는 최소 76회에 달한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역할을 맡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총재들과 상.하원의 원내대표들, 의회내 각 상임위원장 등과의 면담 사례를 모두 합쳐도 월가 CEO와의 면담사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러한 양상은 가이트너 장관이 취임 초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대형 금융회사들에 구제금융을 단행하고 일부 금융사에 대한 출자전환과 지분인수, 자본확충 등을 꾀하면서 월가 CEO들과 활발한 의견교환을 한 결과로 이해된다.
가이트너의 면담 일정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경제팀 내부의 역학관계와 권력의 부침을 이해하는데도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 몸담았던 가이트너가 장관으로 모셨던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가이트너의 취임 첫 두달 동안 최소 86차례나 면담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과의 면담사례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서머스 위원장과의 면담 사례는 점차 줄어든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회복자문위원장 직함을 갖고 있는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작년 1월부터 5월까지 21차례 가이트너의 면담일정표에 이름이 등장하지만 이후 7개월 동안에는 이름이 9번만 확인된다.
그러다가 올해초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회사들의 위험성 높은 영업수단인 자기자본투자(프랍트레이딩)를 규제하는 `볼커 룰’을 도입키로 하자 그때부터 석 달 동안 가이트너가 볼커를 11차례 면담했다.
최근 백악관을 떠난 크리스티나 로머 전 경제자문위원장은 초기에는 빈번히 가이트너와 접촉했지만 작년 11월 이후로는 고작 11번 만난 것으로 돼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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