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동생과 통화를 하는데, 요즘 ‘나이든 남자에게 꼭 필요한 다섯 가지’가 무엇인지 아냐고 물어본다. "돈? 건강? 멋진 차?" - 내가 자꾸 잘못 짚자 동생이 ‘처, 아내, 여편네, 할망구, 마누라’ 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어찌나 우습던지 “맞아 맞아” 하며 수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웃었다. 그러면 나이든 여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냐고 물으니 ‘건강, 재산, 딸, 친구, 강아지’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신혼 때만 해도 남편, 자식 이야기로 수다가 끝없던 친구들이 요즘 들어서는 애완견 이야기로 시작해 건강, 다이어트 이야기로 마감을 하는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 같지만, 가만히 보면 나이가 들수록 남편들의 아내 의존도는 점점 높아진다. 아내 있는 남편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반면 아내들은 자식들 시집 장가보내고 나면 그때부터는 세상 밖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남편들은 아내만 찾는다.
우리 남편만 봐도 나이가 드니 전형적인 한국 남자로 변해서 집에 있는 날이면 하루 세끼를 꼬박 꼬박 챙겨 먹으려 한다.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밥, 나물, 김치찌개까지 정성스럽게 차려줘야 하고 함께 밥숟가락을 들어줘야 맛있게 먹는다.
나이 들수록 ‘마누라’ 눈치, 자식 눈치 보는 남편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고 또 "내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짠한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리저리 눈치보고 살아도 남자들에겐 ‘처, 아내, 여편네, 할망구, 마누라’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남성들이 다양한 사연을 갖고 배우자감을 찾아 주십사하고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다. 미국생활에 적응하고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다 살만 하니 부인이 세상을 뜬 중년남성, 혼자서 식사하기 조차 힘들지만 며느리가 챙겨주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70세에 배우자를 찾으러 오신 할아버지, 젊었을 때는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남은 인생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50대의 어느 총각, 사업에만 신경을 쓰다 아내와 자식에게 버림받고 그때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 어느 사업가, 황혼 이혼 후 착한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60대 남성 …사연은 다르지만 아내만큼 든든한 동반자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아는, 그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부부만한 것이 없다.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배우자야말로 세상에서 무엇 보다 중요한 행복 우선순위 1위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붓감을 찾는 남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대부분 남성들은 외모가 좋아야, 날씬해야, 교양이 있어야, 혈액형도 맞춰야, 종교도 맞아야, 나이가 어려야 등 수많은 조건들을 내놓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여생을 건강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신붓감이란 사실이다.
옆에서 남편이 내게 말한다. “밥 잘 해주는 우리 여편네, 마누라가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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