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나서는 등산길이지만 요즈음은 더 더욱 기다려진다.
날씨도 좋고 단풍든 나뭇잎이 변하는 모습은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걷는 운동도 필요하고 나무를 끼고 숲속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매주 가는 산행 코스라 낯선 일도 없건만 갈 때마다 새로워 보이는 오솔길과 바위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산을 오르기 전, 쳐다보는 정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다가다 들리는 계곡속의 물소리들, 빠끔히 고개 내밀어 나를 반기는 사슴 가족들의 나들이는 내 모든 고뇌를 잊게 해 준다. 걸으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눈 인사, 활력 있는 삶을 되찾는 것 같다.
매주 가는 곳이라 어디에 가면 물이 있는지, 어디에 가면 돌이 있으며 가파른 언덕이 기다리고 있는지 다 안다. 그래도 그 자리에 서면 모든 것이 새롭다.
얼마 전, 결혼식 때 주례를 맡았던 목사님의 주례사가 생각났다. 결혼은 등산과 같아서 멀리 바라볼 때는 너무 아름답고 근사해 보이지만 그 정상을 올라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산길도 있고 난곡도 있으며 맹수를 만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여 정상에 올라가 산 아래를 바라보면 그렇게 힘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게 결혼이라고 말씀하셨다.
사람 사는 모든 것이 다 그런 것 같다. 일을 당해 헤쳐 나갈 때는 그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로 보이지만 다 지나고 나서, 뒤 돌아보면 그 일도 다 지나가는 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우리는 사랑도 나누지만 때로는 상처도 주게 된다. 믿을 수 있다는 이유로 혹은 편안하다는 이유로….
가족은 우리에게 엄청난 힘을 준다. 계곡을 오를 때는 등도 밀어주고 맹수를 만났을 때는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도 만들어 주고 알록달록한 단풍이나 흐르는 물을 보면 같이 웃을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는 축복 중에 하나가 가족인 것 같다.
모든 곡식이 여물고 자연이 옷을 입은 이 가을에, 우리 한번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아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을, 자녀들에게는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너희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가족이기에 우리가 가진 기대치가 높다. 내 아이들은 다 뛰어나길 바라고 내 아내는 가장 현명하길 바라며 내 부모이기에 그분들은 덕망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공평한 법이다. 공부가 뛰어나면 사교성이 떨어질 수 있고 현명하다보면 차가울 수 있으며 덕망이 있다 보면 가난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서 시작되는 욕심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알록달록 예쁘게 물들어가는 이 가을,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부터 감사하며 사랑함으로써 자연과 함께 풍성해 지고 싶다.
벌써 다음 주 토요 산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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