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TV에서 가끔 방송인 최윤희 씨를 보았었다. 서민적인 모습과 감동적인 언변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날도 그녀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당신의 인생을 역전 시켜라"를 인용하며 어떻게 자신이 파산의 불운을 딛고 행복을 되찾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비극적인 그녀 부부의 갑작스런 동반자살이 놀랍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녀의 죽음 뒤 나온 한국일보 이철 칼럼 ‘행복전도사의 불행’을 읽었다. 그녀를 아껴왔던 많은 사람들의 충격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녀는 보통사람이 아니었다. 대기업을 순회하는 수천 명 인기강사 중 ‘명강사 1위’에 뽑히고 ‘멋진 노후를 예약하라’등 저서가 20여권이나 되는 성공인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역경을 행복한 삶으로 바꿔야하는가를 전파하는 행복 전도사요, 절망을 딛고 희망을 설계하는 희망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러면 자신의 삶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지 않는가 하고 칼럼은 반문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루퍼스라는 병에 걸려 절망적인 선고를 받고 ‘700가지’ 통증에 시달리며 더 살 의욕을 잃었다는 유서를 남겼다.
같은 지면에 69일간 지하에 갇혀 있던 33명 칠레 광부들의 생환소식이 실렸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되찾은 생명 때문에 온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23살 미모의 이대생으로 불의의 화상을 입고 형체도 없이 문드러진 얼굴에 손마디까지 절단해야 했던 이지선양도 잘 알려진 생명 메신저다. 그녀가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나를 살려주셔서 내 의지로 손마디가 움직여졌을 때,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었을 때,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지켜주신 것에 항상 감사했다"고 간증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장애인들을 돕는 재활사역에 열심이다.
팔다리 없이 전 세계를 다니며 꿈과 소망을 주는 호주 청년 닉 부이치치도 생명전도사다. "나는 사지가 없지만 작은 닭다리 같은 것이 있어요. 주위에서 넘어진 나를 보고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백 번이라도 다시 일어날 거예요. 하나님은 내게 큰 사명을 주셨습니다. 도전하는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최근엔 오클랜드 우범지역에 사는 젊은 생명전도사를 만났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소개된 의사 정지은 씨다. 하버드를 나온 그녀는 상항 주립대 교수인 남편과 6살 난 아들과 함께 우범지대에 12년째 살고 있다. 마약과 갱들의 총탄이 난무하고 빈곤층들이 사는 곳에서 그들은 작은 교회를 중심으로 불우 청소년들의 멘토가 돼 그들을 돕고 선도하며 살고 있다. 그들과 같이 살아야 참 이웃 아니겠어요" 그녀는 자신들이 받은 교육이 특권이 아니라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사회에 되돌려주며 살아야 한다는 그 부름에 순종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 ‘생명전도사’들의 능력은 감정이 아닌 신앙임에 틀림없다. 행복론 강사들이 빠지기 쉬운 감정의 함정 속에선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름답고 정금 같이 다져진 믿음의 사람들은 가식 없는 삶으로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역경 속의 이웃들과 삶을 나누며 새 생명의 고귀함을 전파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한 이 세상은 절망할 필요가 없으리라. 신의 손을 잡고 새 생명을 찾은 페루의 광부들처럼.
김희봉 환경엔지니어·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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