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해변하면 드넓은 모래밭에 코코넛 나무와 카누가 늘어선 천혜의 풍광이 떠오른다. 그러나 1959년 하와이가 미국의 주로 편입된 후 고층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와이키키의 풍경은 바뀌었다.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의 레인보우 타워, 쉐라턴 와이키키 등 고층 호텔들이 호놀룰루의 세계적 관광지인 와이키키 해변을 빌딩의 장벽 뒤로 감춰버린 것이다.
고층 호텔 재건축안에 환경단체들 반발
경관 해치고 해안침식 가속화한다 우려
개발 붐으로 해변의 풍광이 가려지자 1976년 호놀룰루 시의회는 와이키키 특구를 지정하고 신규 건축물에 대한 높이, 밀도, 해안으로부터의 거리를 제한했다. 가장 핵심적 내용은 해안으로부터의 거리와 건물의 높이에 대한 규정으로 이를 1대1 비율로 정했다. 건물의 높이가 100미터이면 건물에서부터 바다까지 트인 공간의 거리도 100미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후 수십년동안 이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예를 들어 1981년에 건축된 할레쿠라니 호텔의 경우 해변으로부터 멀찌감치 물러나 잘 조경된 정원 뒤에 세워졌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와이키키의 넓은 구획을 차지하고 있는 호텔 기업 쿄야가 자사의 프린세스 카이울라니 호텔과 모아나 서프라이더 호텔의 재개발안을 내놓았다. 7억달러 규모의 이 재개발안에는 모아나 서프라이더의 8층 날개 부분을 헐고 26층의 콘도와 호텔 타워로 만드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건물 높이가 300피트로 1976년 건축법이 규정하는 높이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지난 8월 호놀룰루 시의회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그 타워 건축안에 대해 개괄적 승인을 했다. 실제 건축을 위해서 쿄야는 도시계획 허가국의 특례적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결정은 이달 중순까지 내려질 예정이다.
건축 허가가 떨어지면 타워는 2012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쿄야의 그렉 디켄스 수석부사장은 말한다. 그러나 쿄야의 바람대로 결정이 나면 환경단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환경을 해친다며 반대를 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쿄야 측 입장은 분명하다. “와이키키가 세계적 관광지로서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려면 기존 호텔시설에 대한 재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디켄스 부사장은 말한다.
반면 쿄야 재개발안에 반대하는 측은 새로 지어질 타워 빌딩에 호텔 객실은 몇 안 되고 대부분 이 콘도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디켄스 부사장은 이런 설명을 내놓는다. 와이키키에서 호텔 객실 하나를 지으려면 60만달러 이상이 든다. 그렇게 지어서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으려면 하룻밤 숙박료가 600달러는 되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콘도를 선호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호텔이든 콘도든 새로 지으려면 우선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쿄야의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그 지역 호텔 직원 노동조합인 유나이트 히어 로컬 5는 반대를 했었다.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의회의 표결 전날 밤 쿄야 측이 새로 짓는 타워에 최소한 60개 호텔 객실을 포함한다는 약속을 하면서 노조의 태도는 누그러졌다.
호텔과 콘도의 최종 비율이 어떻게 되든 그 타워는 해변에 너무 위압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와이키키 해변은 그러잖아도 침식작용으로 매년 1~2피트씩을 잃어가고 있다.
‘하와이의 1,000명 친구’라는 환경단체의 도나 웡 소장은 새 타워가 지어지면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완벽한 장벽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34년 전 건축법을 만들어 방지하려던 바로 그런 사태가 정확하게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이다. 시 의원들이나 시정부 관계 당국 책임자들이 와이키키 해변의 침식을 막는 일을 하지 않고 쿄야의 건축안을 지지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쿄야는 지난 2004년 이후 뉴욕의 투자기업인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운영하고 있다. 이번 재건축 프로젝트가 시의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쿄야는 와이키키 보건센터 어린이 프로그램에 5만달러, 쓰레기 하치장을 위해 시정부에 5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디켄스 부사장은 새로 지을 콘도·호텔 타워가 지금의 건물에 비해 폭이 좁기 때문에 해변 쪽으로 전망을 더 탁 트이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이 호텔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가장 좁은 구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처분을 받을 만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쿄야의 타워 건축안에 반대하는 진영은 이 안이 승인될 경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 을 우려하고 있다. 비슷한 타워들이 계속 지어진다면 와이키키 해변으로 볼 때는 ‘재앙’이라고 하이아트 리전시 와이키키 리조트 & 스파의 총괄 매니저인 데이빈 르윈은 말한다. 호텔 기업들이 와이키키의 풍광을 파괴하면 관광산업은 고전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건축규정이 생긴 것이 과도한 개발붐의 여파였다며 와이키키가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르윈이 라이벌인 쿄야의 재건축 안을 반대하는 데는 보다 급박한 이유가 있다. 새 타워가 들어서면 하이아트로부터의 전망이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쿄야가 호텔을 매입할 때부터 건축규정은 있었고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는 점을 그는 지적한다. 디켄스에 의하면 쿄야는 이들 호텔을 1960년대부터 소유하고 있었다.
시에라 클럽 하와이 지부는 물론 재건축안에 반대다. 그러잖아도 침식작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해변에 건축을 한다는 것은 하와이의 보석인 와이키키를 부분적으로 잃어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시에라 클럽의 로버트 해리스 하와이 지부장은 하와이가 기후 변화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해수면 상승이 급박한 문제로 대두되기 전에 주정부가 해안으로부터 물러나는 작업을 관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하와이 주정부는 해변 재충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수중 파이프를 이용해 근해로부터 2만4,000입방야드의 모래를 와이키키 해변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오는 2월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변은 40피트 정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에 들어갈 250만달러의 비용은 대부분 납세자들의 부담이 될 예정이다.
한편 해변 재충전의 직접적 수혜자가 될 쿄야는 이 사업에 50만달러를 내놓기로 합의했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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