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종각’ 모금 음악회 출연하는 소프라노 유현아
“한국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워싱턴 인근 공원에 들어선다니 참 의미 있는 공연이라 생각해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정상급의 소프라노 유현아씨(43)가 ‘평화의 종각’ 건립 기념 모금 음악회에 선뜻 출연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는 14일(일) 비엔나의 메도우락 가든에서 열리는 워싱턴심포니오케스트라 야외 음악회를 위해 소프라노 유현아는 2개의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헨델의 ‘라르고’와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다.
“익숙하고 아름답고 가사도 좋은 노래들로 골랐어요. 무대도 작고 단 두곡이지만 카네기홀에 섰을 때와 같은 마음으로 제 음악의 열정을 보여드릴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앙코르 곡으로, 이 소프라노는 ‘아리랑’을 골라 목청을 다듬고 있다. “연습을 하다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져요. 이 짧은 노래에 한국인의 가슴을 치는 정과 한의 정서가 듬뿍 담겨 있다는 게 느껴져요. 제 부모님 세대는 물론, 모든 청중이 하나 되는 음악이 되리라 믿어요.”
벌써 도미 30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학생 시절 버지니아에 온 그에게 음악은 사실 예정된 길이 아니었다. 텍사스 주립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실험실에서 파묻혀 살던 그에 음악은 교회 성가대에서의 독창이 전부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후 절망의 나락 속에서 정처 없이 흘러간 곳이 음악이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했어요. 슬픔을 잊기 위해, 음악이라도 있어야 살겠다 싶어 다가갔습니다.”
1993년 그는 피바디 음대에 합격했다. 출발은 더뎠지만 성장은 빨랐다. 학부 4년 과정을 3년 만에, 석사과정은 1년 만에 마쳤다. 98년 네덜란드 국제성악 콩쿠르와 99년 뉴욕의 월터 나움버그 콩쿠르에 잇따라 입상했고, 2003년 전 세계의 유망한 젊은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영국의 볼레티 뷰토니 트러스트 상(賞)을 받았다.
2005년에는 세계적 음반사 EMI를 통해 바흐의 종교곡과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했다. 한국계 성악가로는 처음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클래식 보컬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 볼티모어 선지의 평가처럼 소프라노 유현아는 절망을 딛고 유럽과 미국의 오페라 무대를 누비고 있다.
“전에는 음악이 제게 주는 걸 그냥 받았지만 지금은 이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위해 제 음악을 도구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음악에 사람들을 메마르지 않게 하고 위로가 되는 기막힌 힘이 있다고 믿어요.”
그의 노래는 청아하고 맑다. 엄청난 비극을 겪은 사람의 음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서정과 희망, 진실의 힘이 담겨 있다.
“전 공연에서 유현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는 격려와 위로, 몽환적 분위기를 음악을 통해 청중과 나누려고 해요.”
이번 음악회가 더욱 값진 건 유현아의 자선 출연과 함께 KBS 아나운서로 친숙한 오영실씨가 사회를 맡아 음악 해설을 선보인다는 것. 워싱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음악 감독 이경신)는 ‘잃어버린 꿈’ 마스카니 작곡의 오페라 ‘카바넬리아 루스티카나’ ‘그리운 금강산’ 등 쉽고 친숙한 음악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음악회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열리며 간단한 식사가 제공된다.
문의 (703)424-1111
(703)622-9028.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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