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 네이더가 멕시코시티에서 몰고 다니는 벤츠는 ‘완전 무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방탄처리는 물론이고 페퍼 스프레이와 120-데시벨에 달하는 요란한 알람까지 장착되어 있다. 얼마 전 운전 중 괴한의 공격을 받았지만 총탄은 튕겨져 나갔고 제트엔진 소음만큼이나 요란한 알람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댔다. 괴한은 도주했고 네이더는 전혀 다친 데 없이 무사했다.
부유층 벤츠뿐 아니라 중산층 혼다까지 ‘방탄’
총격·납치 성행하는 일상, ‘사치’아닌 ‘필수품’
미 국무부에 의하면 멕시코는 카재킹과 몸값노린 납치가 요란스럽게 성행하는 나라다. 이런 곳에서 네이더는 자신의 차가 도둑과 납치범의 좋은 표적이 되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멕시코에선 “모두가 범죄의 표적”이라고 차량무장설비회사 프로텍토 글래스 인터내셔널의 소유주 네이더는 말한다.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점점 많은 멕시코인들이 방탄차를 ‘사치 아닌 생활 ‘필수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요즘 고객은 평범한 직장인, 소기업주, 그리고 차량을 도난당해 본적이 있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네이더는 말한다. “혼다, 소형 SUV, 픽업트럭들도 방탄을 원합니다”
멕시코 일부지역에선 이제 협박과 갈취는 일상사가 되었다. 납치는 지난 5년 사이 300%가 증가했다. 2006년 12월이후 2만8,000명의 멕시코인이 마약조직범죄에 얽힌 사건에서 살해당했다. 방탄장치 수요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이 같은 범죄증가다.
벤츠와 볼보, 폭스바겐 등은 멕시코용으로 아예 방탄차 모델을 공급 판매하고 있다. 제타와 흡사한 폭스바겐 보라 방탄차는 7만달러 선이다. 차량무장설비회사들에 의하면 방탄처리 등 설비는 약 8만달러나 들지만 주문이 밀려 12주는 기다려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20년 전만 해도 멕시코엔 방탄차량을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최고의 갑부 혹은 권력층에게나 해당되는 특수차량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탄다. 명사들의 페라리, 회사중역과 정치가들의 SUV, 전문직 젊은이들과 소기업주들의 니산까지, 너도나도 방탄차다.
멕시코의 방탄차 수요급증에 때 아닌 호황을 맞은 것은 미국의 회사들이다. 샌안토니오의 텍사스 아모링 주식회사는 지난 5년간 멕시코 판매가 4배나 늘었다. 급하다고 아우성치는 고객들의 독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류층만이 아닙니다. 절박한 자구책으로 우리를 찾는 중산층 고객도 상당수입니다. 얼마 전엔 가격이 싼 한국산 기아 자동차에 방탄설비를 해주었으니까요”
네이더에 의하면 부유층도 비싼 차보다 싼 차에 완벽한 방탄 설비를 해서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무방비 상태의 거리에서 보통사람처럼 보여야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네이더는 1993년 무장강도에게 다리를 저격당한 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멕시코 전국에 5개 미만이던 방탄설비회사가 지금은 최소한 90개 이상이라고 그는 전한다.
차량무장설비 산업은 1994년 억만장자 은행가 알프레도 하르프 헬루의 납치사건이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헬루는 3천만 달러의 몸값이 지불된 후 106일 만에 풀려났다.
그후 납치사건은 계속 증가, 현재 멕시코시티는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사건 발생률 세계 제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요즘은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급행 납치’는 가 성행한다. 범행대상자를 골라 ATM으로 끌고 가 즉석에서 현금을 인출하도록 하는 즉석수법이다. 바로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중산층들도 방탄차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네이더는 설명한다.
부유층들이 철저한 경호로 범행 표적이 되기 힘들어지자 납치범들은 몸값은 적어도 숫자는 많은 중산층 희생물을 노리게 된 것이다. 납치도 ‘박리다매 비즈니스’로 하겠다는 셈이다.
멕시코 정부는 사람들이 방탄차로 인해 그릇된 안전의식을 가질까 우려한다. 멕시코시티의 공공안전국 대변인에 의하면 운전자들이 방탄차만 믿고 매일 똑같은 길로 출퇴근이나 등하교를 하지 말도록 당부하는 등의 안전수칙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산층 시민들 외에도 방탄차를 원하는 또 다른 대규모 고객층이 있다 : 마약 조직범죄단이다. 이들은 방탄차량 뿐이 아니라 방탄조끼, 방탄재킷 등 방탄복들도 상용하지만 관련회사들은 질 나쁜 범죄 집단 고객들에겐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펄쩍 뛴다. 네이더는 “그들 조직은 자체 소유의 무장설비회사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현장을 군인들이 점검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사망했다. 총격과 납치 등 범죄에 속수무책 노출된 멕시코 시민들은 중산층까지도 8만달러에 달하는 방탄차를 다투어 구입하고 있다.
지난 가을 멕시코 닥터 곤잘레즈 시에서 시장이 피격살해당한 후 군 병력이 투입되어 치안을 돌보고 있다.
갱단 활개 지역에선 미사도 중단
멕시코 가톨릭계가 갱단 폭력이 활개를 치는 지역의 신부들에게 ‘미사’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갱단 폭력이 종교적 성역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멕시코 가톨릭 주교회의의 홍보책임자인 마누엘 코랄은 지난 주 “발생가능 상황을 예상하고, 위험을 피하고, 주민보호를 위한 필요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주교회의의 이런 방침을 전했다.
그는 갱단 폭력이 잦은 북부 타마울리파스와 시날로아, 누에보 레온 주에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으며, 미초아칸과 푸에블라 주 등 중서부 지역은 필요 시 신부의 판단에 따라 미사를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랄은 폭력이 대부분의 신도들이 종교활동을 하는 저녁과 밤 시간에 집중 발생한다면서 이런 상황은 많은 교구들의 기부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멕시코에서는 올해만 1만명 이상이 숨지는 등 지난 4년 동안 약3만명이 갱단 폭력에 희생됐으며, 성직자들도 갱단의 위협에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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