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길(수필가)
고향 친구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절친한 전우가 입원한지 3개월만에 세상을 떴고, 가까운 친척이 암에 걸려 투병중이다. 나 역시 일몰(日沒) 앞에 서면서 ‘아름다운 마무리 같은 것’을 하고 싶어 고향길에 나섰다. 밤중에야 겨우 호텔을 찾아 잠을 설치고 있었는데, 새벽에 동생이 득달같이 달려 왔다. 자신도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먼저 병원에 가 보자며 다그쳤다.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병원과 의사가 많아도 병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서민이 받기는 어려운 곳이다. 정형외과에서 무릎 MRI 찍고 자세히 진단해 보자는 나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주사 한방 넣어 주며 물리치료 하라는 것이 전부였다. 미국에서는 안 된다는 그 어려운 MRI를 찍고, 무릎 통증 증세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서울이 마음에 들었다. “어르신! 마지막 인사 하세요”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간호사가 한마디 건넸다. 풍진세상, 순간의 생명이니 하직할 각오로 수술을 받으라는 뜻일까?….
30여 분만에 수술이 끝난 것 같았다. 밤마다 쥐가 나고 양쪽 다리가 비비 꼬이는 증세도 사라지고, 무릎도 바로 펼 수가 있었다. 밤 새, 링거주사, 소염제, 진통제 병을 갈아 달며 간호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 우리나라가 이렇게 빨리 발전 했는가. 일등 시민이라는 ‘미국여권’이 사실 좀 부끄러웠다. 국민보험이 잘 되어 있다는 서울을 부둥켜안고 싶었다. 때 마침 G-20개 정상 회담으로 서울 시내는 잔치 분위기였으며, 회담장으로 입장하는 각국 수
반들이 우리 대통령 내외를 알현(謁見) 하기 위해 한 참을 걸어서 입궐하는 절차는 보기만 해도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도 세계 지도국이 된 것인가. G-20 정상회담에 이어서 일본에서 열리는 APEC 회담에 대통령의 바쁜 일정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세안 게임에서 우리나라의 막강한 에너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2,500만의 수도권 인구의 출, 퇴근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전철은 깨끗했으며 안내 방송을 3개국 언어로 하고 있었다. 더욱 탑승구에는 세계 어느 전철역에도 없는 안전장치 유리 문이 설치 된 것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파리나 뉴욕 전철보다 거미 줄 같이 더욱 잘 어울려져 있었고, 신도림 역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을 견줄 만큼 컸다. 태산만큼의 큰 인파가 이리 저리 파도치고 있는데, 언제 이렇게 컸나... 정말 자랑스러웠다.이번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만 아니었다면 정말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한편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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